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 두 사람은 전기 발명에 있어 `세기의 라이벌`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전기 발명가로 에디슨을 먼저 떠올린다. 무선통신기술, 고주파기술 발전을 비롯해 라디오, 컴퓨터 등의 전기 기술 원리를 제공한 사람은 에디슨이 아닌 테슬라였는데도 말이다.
수많은 혁신적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왜 테슬라는 에디슨의 `그늘`에 가려졌을까. 제프 다이어 미국 브리검영대 교수, 네이선 퍼 프랑스 인시아드대 교수, 혁신 관련 컨설팅사 `이노베이터스 DNA` 최고경영자(CEO) 커티스 레프랜트는 공동저서 `혁신 자본(Innovation Capital: How to Compete--and Win--Like the World`s Most Innovative Leaders)`에서 이에 대한 한 가지 답을 제시했다.
바로 에디슨에게는 혁신 자본이 있었고, 테슬라에게는 혁신 자본이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혁신 자본은 `혁신적 아이디어 상업화를 위한 자본`이다. 이는 돈이나 장비처럼 유형의 자본이 아니다. 저자들은 혁신 자본이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우선 미래의 혁신이 무엇인지 내다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타인을 설득하는 능력인 인적 자본이다. 두 번째는 개인이 갖고 있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아는 사회적 자본이다. 세 번째는 혁신 관련 개인의 평판 자본이다
다시 테슬라와 에디슨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에디슨은 무한 반복 실험과 노력 끝에 아이디어를 낸 반면 테슬라는 어렸을 때부터 미적분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등 천재성을 보였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테슬라는 라디오, 컴퓨터 등 전기 기술 원리를 발명한 인재다. 하지만 에디슨에게는 테슬라에게 없던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혁신 자본`이었다. 예들 들어 `노력파`였던 에디슨은 자신의 근면 성실한 이미지와 평판을 강화하기 위해 한 미디어와 인터뷰하기 전에 일부러 그을음을 손과 얼굴에 묻히고 들어가기도 했다. 그는 J P 모건, 밴더빌트, 록펠러 등 부유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데 공들였다. 그 결과 에디슨이 상업화 가능한 전구를 발명했을 때 J P 모건은 에디슨 전기 조명회사에 투자하고, 자신의 집에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를 설치했다. 이를 계기로 에디슨의 발명품을 널리 알려졌고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테슬라는 달랐다. 그에게는 교류 발전기라는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몇 년 동안 해당 아이디어를 상업화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에디슨처럼 혁신 자본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전기가 제조·사용되고 있지만, 테슬라는 결국 사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렇듯 혁신을 펼치려면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 있어서는 안 된다. 해당 아이디어 상용화를 뒷받침해줄 혁신 자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인의 혁신 자본이 만들어질까. 이에 대해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선 인적 자본은 크게 세 가지 능력으로 이뤄진다. 진보적 생각, 창의적 해결 능력, 설득력 등이다. 해당 자본을 가진 글로벌 기업인 중 한 명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다. 특히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진보적 생각이 뛰어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MS에 입사한 그는 그저 MS가 채용한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 MS의 주력 제품이었던 MS 윈도나 MS 오피스 부문에서 일하지 않았다. 10~15년 후를 내다보고 클라우딩 컴퓨팅과 인공지능 부문이 미래 기술이 될 것이라 예상해 MS NT(윈도 운영체제 제품군)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후에 서버 사업 부문 쪽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제품 사업에 있는 동료들이 해당 사업이 잘돼 승승장구하는 동안, 나델라는 미래에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에 집중했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사회적 자본은 크게 다섯 가지 요소로 구축된다. 바로 혁신가·기업가, 조직 리더, 투자가, 인플루언서, 고객이다. 저자들은 이 다섯 가지 유형의 사람들과 연결하며 사회적 자본을 꾸리는 방법으로 개인의 약한 친분을 이용하는 것을 제시했다. 친구의 친구, 예전에 알았지만 몇 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 재회한 옛 동료 등 약한 친분의 사람들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쌓으라는 의미다. 언어교육 애플리케이션 개발회사 플루언트월드의 데이비드 브래드퍼드 CEO는 이런 약한 친분을 통해 성공한 인물이다. 법대를 졸업한 그는 졸업 후 일자리를 쉽게 구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어머니와 함께 나눴는데 그의 어머니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네가 무엇을 아는가가 아닌, 네가 누구를 아는가다"라고 말했다. 당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몰랐던 브래드퍼드 CEO는 이를 듣자마자 인맥 쌓기에 돌입했다. 미국 몬태나주 작은 마을 출신이었던 그가 네트워크를 형성한 방법은 링크트인을 통해서다. 자신과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을 통해 링크트인에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교류했다. 브래드퍼드 CEO가 이렇게 교류한 사람 중 한 명은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브래드퍼드 CEO는 훗날 기술기업 퓨전아이오에서 일할 때 워즈니악을 최고과학책임자(chief scientist)로 채용했다.
마지막으로 평판 자본에는 세 가지 레벨이 있다. 첫 번째 레벨은 일반적 평판, 즉 개인이 소속된 커뮤니티 사람들이 해당 개인을 알고 있는가다. 두 번째 레벨은 일반적 호감도다.
개인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긍정적(혹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가다. 마지막 레벨은 도덕성, 혁신성 등 개인의 특성으로 개인이 알려져 있는가다. 저자들은 마지막 레벨은 세 가지 유형의 평판 중 가장 갖추기 힘들지만 가장 가치 있는 평판이라고 분석했다. 누군가가 당신이 갖고 있는 재능이 필요한 문제를 맞닥뜨린다고 하자. 해당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당신을 찾아 문제 해결 방법을 상의할 것이다.
출처 : 매일경제'200130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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