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시작됐다. 엄청난 규모의 사이버 공격을 기대해도 좋다."
지난해 국제 해킹그룹 어나니머스(Anonymous)가 파리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에 선전포고를 했다. 전쟁을 선포하는 유튜브 동영상 속 인물은 묘한 웃음을 띤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이 가면은 영국 의회를 상대로 화약테러를 벌이다 붙잡힌 가이 포크스라는 실존 인물을 본떠 만든 것이다. 포크스의 혁명성과 저항성, 무정부주의 등이 그들 집단의 철학과 일치한다고 봐 트레이드 마크로 삼은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베일에 싸인 집단이다. 2003년 채팅 사이트 포챈(4chan)을 중심으로 형성됐고 포챈이 이용자명을 허용하지 않아 전부 `어나니머스(익명)`라는 대화명을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 리더도 없고 조직도 없다.
2008년 종교단체인 사이언톨로지와 전면전을 벌이면서 유명세를 탔고 이후 2010년 튀니지 재스민혁명 때 튀니지 정부 사이트를 공격하기도 했다. 인종차별 단체인 KKK를 비롯해 멕시코의 최대 갱 조직 로스 제타스를 해킹했고, 2013년에는 북한 사이트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화려한 업적(?) 때문에 2012년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뽑기도 했다. 그들은 `지식은 자유로워야 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의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추종 세력도 적지 않다.
최근 국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어나니머스 일원으로 활동하며 국내외 웹사이트를 5000번 넘게 해킹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해킹에 관심이 높은 청소년들에게 `21세기 홍길동` 어나니머스는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2014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등의 개인정보를 재미로 유출했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자신들의 가치와 맞지 않으면 불법적으로 보안망에 접근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는다. 무조건적으로 이들을 추앙하는 것은 위험하다.
해커는 연구·보안 목적으로 해킹을 하는 화이트해커와 불법을 일삼는 블랙해커로 나뉜다. 해킹 실력이 뛰어난 청소년들은 자신의 실력을 뽐내려다 범죄에 빠져들기 쉽다. 세계 각국은 사이버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화이트해커를 고급 인력으로 우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음지에 있는 블랙해커를 양지로 끌어내 화이트해커로 육성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 : 매일경제 160617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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