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날짜 :'15년 4월 13일
지은 사람 : 유 용주
옮긴 사람 :
출판한 곳 : 솔 출판사
내용 요약 : 분명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산문집 가운데 매우 '예외적이고 별종적인' 산문집으로 기억될 것
이다. 이 산문집은 요즘 유행하는 고상한 예술취나 이러저러한 이론취理論趣, 시골이나 산골 생활을
예찬하는 다소 낭만적인 야생취野生趣 등의 글과는 계界가 다르다. 또한 지사志士 풍모나 중생 구제
힘쓰는 도인의 체취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유용주 글의 예외성은 우선 험한 체험을 통해 자아를
세웠다는 점, 그것도 시쳇말로 '밑바닥 삶'을 절절히 체험해온 시인이라는 데 있다. 유용주 산문에
강기剛氣가 느껴지는 것은 그가 지독했을 생활고를 딛고 당당한 자신만의 문학 밭을 갈았기 때문 이
다. 그 밑바닥 체험 속에서, 생활고와의 정직한 싸움 속에서 낳은 문학이기에 거기엔 자기 아픔에 매
몰되지 않고 자기 아픔으로 더 아픈 이웃을 감싸안는 사랑과 항심恒心과 평심平心의 도道가 숨쉬고
있다. 그래서 이 산문집에 수록된 글들은 치열하면서도 넉넉하고 깊다.
- 책 249쪽 내용 중에서-
끄적 끄적 : 오후 점심이 지나고부터 봄비가 주적주적 내리는데, 그리 좋은 느낌으로 와 닿지가 않는 것
이 여러 이유가 있을 게다. 하나는 엊그제 토요일부터 일요일 밤까지 심신을 혹사시킨 것이 그것
이요(관악산 오름 ~ 대학동창 모임, 고교동창 도봉산 오름 ~ 뒷풀이 술파티) 또 하나는 이런 날씨
에 가끔씩 찾아오는 교통사고 후유증이 노인성 신경통을 동반한 두통 우울증까지 겹쳐서 피곤하다.
거기에 날씨로 인하여 더 심신이 피곤한 때문인지 몰라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밝고 편안하지
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꼭 날씨탓만은 아닌것 같기도 하다.
내용 중에 : 남들이야 서울 큰 공장에 안 다니고 식모살이 한다고 수근대지만 소년에게는 세상에서 누나
처럼 예쁘고 자랑스런 여자는 없다. 서둘러 선물 꾸러미를 풀면 내의도 알사탕도 안 들어오고 거기
그렇게 진보라 도라지 물들인 천에다 바닥과 끈은 흰겹도라지 새깔인 운동화 한 켤레가 수줍게 떨고
이었으니, 대전 중앙 시장에서 제일 큰 대창 신발 가게에서 샀다는 운동화 한 켤레. (----------)
소년의 마음은 한가위 보름달이 떠오르기도 전에 벌써 두둥실 장산 위에 걸렸다. 뭉게웅게 수룡골
날망 위에 걸렸다. 이리 보고 저리 쓰다듬고 살짝 넣어보고 가만히 볼에 대어보고 끝내 가슴에 품고
잠이 든다. 설날 누나가 올 때까지 흙 하나 묻히지 않으리라. 잠든 베개 머리맡에서 부모님의 한숨
이 되어 누나의 눈물이 되어 조용히 소년을 지켜보았을 운동화 한 켤레.
- 책 67쪽 내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