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류 역사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노력으로 점철돼 있다. 옛날에는 먹기 위해 매일 사냥을 나갔고, 먹는 날보다 먹지 못한 날이 많았다.
그러나 인류는 농토를 일구고 목축을 하게 되면서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됐다. 사냥하지 않고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현대인은 역설적이지만 '과식(過食)'이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옛날에는 의술이 발달하지 못해 생명이 단축됐다면 오늘날에는 평균수명이 상대적으로 늘었지만 과식과 폭식에 의해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들어 노화 관련 유전자로 시르투인(sirtuin)이 발견돼 장수하려면 소식(小食)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소식은 사람에 따라 식사량에 차이가 있는 만큼, 위에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를 말한다.
일본 '장수의 대가'로 잘 알려진 미쓰오 다다시 박사는 자신의 저서('125才まで元氣に生きる')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특별한 유전자가 있으며 그것이 바로 장수 유전자 시르투인"이라고 밝혔다. 일본 쓰보타 가즈오 박사('당신 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저자)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 시르투인의 발현을 돕는다면 누구나 장수할 수 있다"며 "우리 몸은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고 세포마다 2만3000개의 유전자가 있지만 늘 사용하고 있는 것은 고작 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올바른 생활습관, 즉 소식과 채식을 즐기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잠들어 있는 나머지 95%의 세포가 활성화돼 미토콘드리아 숫자가 늘어나면서 장수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발견된 노화 관련 유전자는 'age-1유전자' 'daf-2유전자' '시르투인 유전자' 등이다. age-1유전자는 1988년 토머스 존슨(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이 발견한 노화 촉진 유전자로 이 유전자에 손상을 입히니 선충의 수명이 1.7~2.1배나 늘었다. daf-2유전자는 1993년 신시아 캐니언(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이 발견한 노화 촉진 유전자로 이 유전자에 손상을 주니 선충의 수명이 2배나 증가했다.
시르투인 유전자는 2000년 레너드 가렌티(미국 MIT 교수)가 발견한 것으로 노화와 수명에 관련된 대부분의 반응 경로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장수 유전자로 건강 장수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마스터 유전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르투인은 효모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선충, 초파리, 포유류 일부 그리고 인간에서도 존재가 확인됐다. 효모, 선충, 포유류를 대상으로 시르투인을 활성화시켰더니 모두 수명이 늘어났다. 효모를 두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만 먹이(포도당)의 양을 줄여 섭취 열량을 75%까지 제한한 결과 미토콘드리아 내에 NAD가 많이 생성되고 이로 인해 시르투인 유전자 활동이 증가했다.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는 세포의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효소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분해반응에 작용한다.

인류가 빙하기에도 살아남은 이유는 섭취 열량이 줄어들자 시르투인 유전자가 활성화돼 강한 생존력을 갖게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식이 몸에 좋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 코넬대 영양학자 클리브 매케이 박사가 쥐를 대상으로 열량 섭취를 평소의 65%로 제한하는 실험을 했더니 쥐의 평균수명이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도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20년 동안 실험한 결과 열량을 30% 줄인 식단을 먹었던 원숭이그룹이 원하는 대로 먹었던 원숭이그룹보다 털에 윤기가 나고 흰털이나 주름이 적고 한참이나 젊어 보였다.
저열량식과 장수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르투인 유전자를 활성화해 수명을 늘리는 저열량식은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과 같은 영양을 고루 섭취하면서 총열량만 평소의 70~80% 정도로 줄이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고기나 기름을 전혀 먹지 않거나 사과만 먹는 식습관은 옳지 않다. 특정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고 무조건 덜 먹는 체중감량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소식과 함께 운동도 미토콘드리아 숫자를 늘리고 시르투인을 활성화시킨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소기관의 하나로 세포호흡에 관여한다. 호흡이 활발한 세포일수록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함유하고 있으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불린다. 미토콘드리아는 간세포 1개당 1000~3000개, 식물세포에는 100~200개가 있으며 우리 몸에는 약 60조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생명의 원천인 미토콘드리아가 세포호흡 과정 중에 부산물로 활성산소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체내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의 90% 이상이 미토콘드리아에서 나오며 활성산소는 알려진 것처럼 암과 같은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인간이 숨을 쉬고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사는 동안에는 활성산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저열량식과 운동으로 질 좋은 미토콘드리아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출처: 매일경제170201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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