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날짜 :'16년 3월 3일
지은 사람 : 전호림
옮긴 사람 :
출판한 곳 : 매일경제신문사
내용 요약 : 저자 전호림은 매일경제신문에서 20여 년간 글밥을 먹은 타고난 글쟁이다. 이 책은 그가 <매경
이코노미>에 국장으로 3년 반 동안 재직하면서 매주 쓴 '전호림 칼럼' 중 호평받은 작품만을 모아 놓은
것이다. 경제 주간지의 딱딱함을 피하고자 한번은 '에세이'로 한번은 '칼럼'으로 쓰는 정성을 기울였다.
책 전반부터는 진한 사람 냄새가 난다. 허기로 남은 보리밭의 추억, 더운 여름 밤 다디달게 먹었던 수박
화채, 적막한 산사에서 얻은 깨달음을 읽고 있자면 그 시절 기억이 손에 잡힐 듯 떠오른다.
후반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가진 것이라곤 인재밖에 없는 나라, 그나마도 허리가 끊어진
작은 국토는 오늘도 아웅다웅 다투는 소리로 소란스럽다. "이래서야 나라가 되겠느냐"며 기업과 정부,
정치권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 때론 따뜻한 감성으로 때론 날카로운 이성으로 써낸 글들이 독자들
에게 김동과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 책 표지 내용 중에서 -
끄적 끄적 : 내 또래가 겪고 쓴 글이라 더욱 정겹다. 아하~! 나도 그땐 그랬었는데,,, 글 읽으며 소리없이
베시시 웃는다. 그래서 난 에세이 책을 고를 땐 내 나이 세대의 저자가 쓴 것을 우선으로 선정하여
훝어보고 구입한다, 글씀이 부족한 나를 대신하여 쓴 저자의 글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라 하겠다.
내용 중에 : 홍이는 점심때만 되면 슬그머니 교실을 빠져 나갔다. 모두 맛있게 도시락을 먹는 시간에 혼자
멀뚱하게 있는 건 못할 짓이었다. 친구들이 도시락 안싸오는 자신을 신경 써주는 것도 죽도록 민망 했
다. 무엇보다 동정 어린 눈길을 받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홍이가 점심 종만 치면 스프링처럼 튀어 나가
는 이유다. - 책 41쪽 내용 중에 -
양손을 잡고 악수하는 그림이 커다랂게 그려져 있는 푸대에 담아 미국 구호단체가 무상으로 보내준
'옥수수'로 빵을 구워서 초등학교 일학년부터 삼학년 초까지는 점심에 식사대용으로 배급이 되었었다
그것도 이틀 걸러서 한 개정도 받는 것이기에 배고픈 우리를 충족시킬 수는 없었는데, 그러나 삼학년
2학기부터는 서울빵과 서울우유를 희망자에 한하여 돈을 지불하고 먹는 유상급식제도로 전환하게 되
버렸다. 물론 나처럼 가난한(여유가 없는)꼬마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맛나게 먹는 친구들의 입을 보면서
침을 삼키며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해야 했는데, 거기에 더욱 배고품을 느끼게 하는 것은 방금 구워온
빵 냄새가 미치도록 맛나게 보인다는 것,,, 더불어 입가에 하얗게 묻여가며 우유를 마시는 옆 짝꿍의
입술을 보자니 참다 못한 '먹고품'과 '배고품'이 창자가 쓰라림으로 폭발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 초등시절 점심시간이 오히려 그리운 달컴이 -
술병은 잔에다 /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 길거리나 /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날 밤 나는 / 문밖에서 /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 빈 소주병이었다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이라는 시다. 가족에게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조금씩 조금씩 덜어 주고 마침내
는 빈껍데기가 되는 아버지. 자식들 앞에서 아내 앞에서, 세상 따윈 조금도 무섭지 않다고 허세를 부리
고, 어험, 어험 헛기침을 하며 짐짓 가장의 위엄을 보이는 아버지. 그 존재의 무거움과 서글품 그리고
마침내 허망함을 알고 나서야 오십 줄의 아비들은 깨닫는다. 뽕나무 회초리로, 때론 지게 작대기로 혼
을 내시던 그 옛날 제 아버지의 힘들었을 삶을. 지금 50~60줄 아버지들의 역사적 사명은 산
업전사였다. 별 보고 나가 별 보고 들어오는 생활에 처자식과 알콩달콩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한들 그
길이가 얼마나 될 것이며, 새록새록 정을 쌓았다고 한들 그 깊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세상은 그런 사정을 싹둑 자른 채 가정을 팽개친 '중죄인'으로 아버지를 추달하고 있다.
- 책 115쪽 내용 중에 -
점점 추위가 더해가는 12월 초겨울, 양쪽으로 귀덮게가 있는 중공군 스타일의 낡은 밤색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서, 2 TON 트럭 정도의 물량인 배추더미가 쌓여 있는 그 앞에 커다란 기름 통을 반쯤 떼어
만든 화목 깡통보일러에 장작 불을지펴 추위를 달래며 손님을 기다리는 30대 후반에 가장이 서있었다
움추린 어께에 걸쳐진 거무죽죽한 잠바, 더욱 춥게 보이는 건 살 없는 아랫도리에 바지가 바람에 떨고
있는지, 추위에 다리를 떠는 건지... - 초등시절 아버지 모습이 지금도 생생한 달컴이 끄적끄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