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를 꼽을 때 늘 빠지지 않는 게 토마토다.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 사는 남자들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낮은 이유는 토마토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식물에는 혈관 신생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보이는 성분들이 있다. 세계적인 암 연구기관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이 분야를 '화학적 암 예방(Chemoprevention)'이라고 한다. 인도 사람들의 대장암 발병률이 특히 낮은 이유는 평소에 카레를 즐겨 먹는 식생활의 영향이며,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 사는 남자들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낮은 이유는 토마토를 많이 먹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국민 암 예방 수칙 10계명 중 '채소와 과일을 충분하게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하기'가 두 번째를 차지한다. 미국은 좀더 구체적이다. '하루에 과일, 채소를 다섯 접시 먹자'가 중요한 항목이다. 과일과 채소를 하루에 다섯 접시 섭취한 사람들이 하루 두 접시 이하 섭취한 사람에 비해 암에 걸릴 확률이 반으로 줄었다는 연구에 근거한 것이다.
각종 식물들이 함유하고 있는 생리활성물질을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이라고 하는데, 미국 정부는 현재 35가지 식물을 대상으로 항암효과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효성과 안전성 분야에서 실용적인 연구가 가장 많이 진행된 식물이 바로 토마토다. 실제로 얼마 전 의사들을 대상으로 '본인의 건강을 위해 먹고 있는 음식이 무엇인가' 하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토마토가 1위로 선정됐다. 그렇다면 나와 우리 가족의 암 예방을 위해 토마토를 어떻게, 얼마만큼 먹어야 할까?
토마토가 건강에 좋은 건
항산화물질 리코펜 때문
토마토의 원산지는 남미의 페루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토마토를 음식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외다. 미국 대륙에 들어온 토마토는 그 생김새가 독초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식용을 금지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늑대들을 위한 음식이라는 의미의 '늑대사과'라는 별명도 남아 있다. 지중해 식단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에서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래진다"는 속담이 유명하다. 토마토를 먹기 시작하면 질병이 많이 줄어 병원갈 일이 적어진다는 의미다.
토마토가 건강에 좋은 이유는 '리코펜(Lycopene)'이라는 항산화물질을 식물 가운데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주요 72개 기관의 연구를 분석해보면 토마토 섭취에 따른 리코펜 혈중 농도, 그리고 각종 암 발병률에 대한 상관관계가 확실하게 나타난다. 하버드대학 연구에 의하면 토마토를 많이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몸속에 새로 만들어진 혈관이 적게 나타났다.
혈관 신생이 적었다는 사실은 임상적으로 리코펜이 암의 전이나 재발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이는 위암 환자의 90%가 5년 내에 재발되는 현 상황에서 토마토의 잠재적 효용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전립선절제수술을 앞둔 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 3주 동안 토마토 제품을 섭취시킨 결과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20% 감소했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리코펜은 항산화제로서 산화적 스트레스의 감소, 세포 분화와 세포 사멸의 조절 그리고 혈관 신생을 억제하는 작용기전 등이 밝혀졌다.
그 외 알려진 리코펜의 효능은 혈중 지질을 낮춰 심장병을 예방하고 황반변성 진행을 방지하며, 음주와 흡연에 의한 해독, 그리고 자외선 노출에 의한 피부 손상 방지 등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작용들이다.
하루에 주먹만한 토마토 4개 섭취해야
토마토는 지구상에 5000여 종류가 있는데, 종자에 따라 리코펜 함유량이 모두 다르다. 형태별로는 방울토마토가 g당 리코펜 함유량이 높으며, 완숙시킨 토마토일수록 리코펜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파랄 때 따서 상자 속에서 붉어진 토마토와 가지에 매달려 완숙된 토마토 사이에는 리코펜 함유량이 수백 배까지 차이가 난다.
리코펜은 다양한 형태의 이성질체가 있다. 분자식(C40H56)은 동일한데 천연 상태에서는 트랜스-리코펜(Trans-Lycopene)으로 존재하고 혈중에는 50%, 조직 내에서는 75% 이상 시스-리코펜(Cis-Lycopene) 형태로 존재한다. 트랜스-리코펜이 시스-리코펜으로 변환되는 데는 조건이 있다. 위산과 효소에 의해 25%, 가열하면 20%, 식물성 오일에 의해 15% 정도가 트랜스 타입에서 시스 타입으로 바뀐다.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토마토를 올리브와 함께 가열해 자연스럽게 리코펜의 생체이용률(체내 흡수율)을 높인 것이다.
암 예방 효과를 기대하려면 리코펜 기준으로 하루 30㎎ 정도를 섭취해야 한다. 대략 완숙 토마토 1㎏(주먹만 한 토마토 4개)를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리코펜의 유효 혈중 농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가능한 한 매일 섭취하도록 한다. 천연 토마토에는 리코펜 이외에 파이토엔, 파이토플루엔 등 다양한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어 상호 상승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토마토는 섬유소, 각종 비타민, 미네랄 등이 고루 들어 있어 '비타민의 왕'이라고 부른다.
통계에 의하면 국민 1인당 연간 토마토 소비량은 그리스 70㎏, 이탈리아 55㎏ 등 선진국 평균이 50㎏이다. 한국은 10분의 1 수준인 5㎏. 생산지를 늘려 토마토 공급을 확대한다면 국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출처 : 조선닷컴 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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