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원칙을 지키는 영업을 하지만 목표치의 80%만 달성하는 A영업팀장이 있다. 반면 B영업팀장은 때론 원칙과 규정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유연성을 발휘해 목표 실적의 120%를 꾸준히 달성한다. 리더 입장에서 머리로는 A팀장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B팀장에게 마음이 더 쓰인다면 어떨까.
이런 상황은 4~5년 전 국내 대그룹 계열사의 한 영업총괄 임원이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에게 직접 꺼낸 고민거리다. 이장석 대표는 신입사원에서 사장 위치에 오른 `세일즈맨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1986년 IBM 영업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다양한 영업부서에서 활동하며 한국IBM 고객영업부문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A·B 팀장에 관한 이 대표의 대답은 "잘못하면 회사가 문을 닫는다. 편법과 불법은 결국 회사를 무너뜨린다. 당장 힘들어도 리더는 이를 용납하면 안 된다"이다.
(다산북스 / 이장석 지음)
그는 지난달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최한 `2019년 전경련 국제경영원 세일즈 포럼`에서 무리한 접대, 부적절한 거래 관행 등을 지적하며 정직한 영업으로 올바른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각종 접대와 향응, 실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그릇된 영업 관행은 여전히 한국 기업 문화 곳곳에 남아 있다. 비즈니스 거래가 투명하게 가치 제안에 근거해 이뤄지지 않고 `갑`과 `을`의 개인적 인맥이나 부적절한 금전 보상 등이 영향력을 발휘한다. 1인당 한 끼에 10만원이 넘는 식사, 골프 접대, 각종 유흥주점, 상식 밖의 명절 선물 등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 대표가 IBM을 퇴직한 뒤 저술한 첫 번째 책이 `첫 출근하는 영업자에게`이다. `원칙 영업` `정직한 영업` `올바른 영업`이 목마른 이들이라면 일독을 권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단순히 영업 기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이 책에서 이 대표는 비즈니스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뿌리에는 잘못된 영업 현장, 영업자(세일즈맨) 간 거래가 있다고 진단한다. 영업은 `갑`과 `을`이란 거래의 당사자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신성한 행위다. 비즈니스 가치는 `을이 갑에게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로만 판단해야 한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남들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갑`에게 전달할 수 있으면 된다
◆ 영업 잘하는 법에 관한 세 가지 선입견 `말·술·셈`
이 대표는 영업에 관한 세 가지 선입견을 들며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아 준다. 첫째는 `말을 잘해야 한다`, 둘째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 셋째는 `셈에 밝아야 한다`이다.
그는 "영업은 약장수처럼 일방적으로 떠드는 게 아니라 고객이 필요한 점(니즈)을 스스로 표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이 더 많이 말하고, 마음을 여는 게 영업자와 고객 간 소통의 출발점이다.
또 `영업=술`이던 시대는 끝났다고 전한다. 비정상적으로 유흥주점을 가는 대신 정상적이고 당당한 영업을 하려면 장기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 내고, 신뢰를 쌓고,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계산에 밝아도 본질을 놓치면 안 된다. 단기적인 영업자 개인의 인센티브보다 장기적으로 고객과 영업자 모두 승리하기 위한 전략과 통찰을 길러야 한다.
◆ 영업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성공과 실패 사례
2015년 출간 이후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첫 출근하는 영업자에게`가 여전히 호소력이 있는 이유는 일선 영업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성공·실패 사례가 생생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계산에 밝기보다는 통찰과 정직이다.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기본에 충실하면, 단기 목표에 미달할지언정 장기적으로 큰 성과가 온다. 이를 이 대표는 과거 한 고객사와 체결한 스토리지 도입 계약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1987년 한 고객사와 체결한 스토리지 도입 계약 이후 사흘 만에 IBM 본사에서 신제품이 나왔다. 당시 2분기 내 지급될 인센티브를 탐했던 선배 영업직원은 시간이 걸려도 구형 제품을 신제품으로 바꿔주자는 후배 이장석 영업자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 결과 향후 30년간 고객사 비즈니스의 50% 영역에서 IBM은 철저히 배제당하게 됐다.
영업은 타사와 경쟁하는 최일선이지만 저자는 때론 경쟁하지 않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2000년대 중반 무렵, IBM이 8개월 이상 진행해온 대규모 프로젝트 사례다. 후속 프로젝트 진행에 참여할 경쟁사 후보인 A사에 대해 IBM 실무 프로젝트팀은 승리를 낙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트너사 솔루션 비중이 절반 이상 차지하던 프로젝트였다. 저자는 IBM보다 A사가 잘하는 솔루션에 대해서는 A사와 협력할 것을 권고했다. 불필요한 가격경쟁을 피하고 향후 전략적 파트너로서 시장 개척을 함께할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프로젝트 실무팀은 기존 제안을 고수했고, 파격적인 가격을 제안한 A사로 인해 IBM은 기술 평가에서 앞서 있었음에도 탈락했다 ◆ 잘못된 접대는 고객과 나 모두를 죽인다
영업 현장에서 어느 정도 개인적인 관계가 필요하다는 건 저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는 `윤활유`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한다. 돈이나 술로 관계를 맺으면, 결국 돈과 술이 관계의 매개가 되고 파국에 이르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 대표는 고향, 학벌 등 연줄에 의존하는 영업도 아니라고 말한다.
바르고 정상적인 영업은 인간관계로부터 얻는 신뢰다. 여기저기 모임에 나가서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이야말로 허당이다.
그는 의사결정자만 쳐다보기 전에 실무자의 마음을 먼저 얻으라고 충고한다. 인간 관계에서는 진정성이 얄팍한 계산을 이긴다며 잘못된 규정과 관행에 타협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출처 : 매일경제 190510 (안갑성 기자)
'♣ 책을읽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은 몸을 지배 못한다" 현대인의 환상을 깨는 돌직구 (0) | 2019.07.22 |
---|---|
나폴레옹의 영국상륙 막은 건 `저금리` 연결된 세상 (0) | 2019.05.13 |
性의 진화…아름다움 찾는 암컷, 아름다움 좇는 수컷 (0) | 2019.04.24 |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0) | 2018.12.27 |
처음처럼 (0) | 2018.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