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와 예스24가 함께 뽑은 이달의 경제경영서 주제는 `연결된 세상`입니다. 오늘날 우리 삶을 결정하는 많은 요소가 과거에 벌어진 금융의 역사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하는 책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물인터넷이 온 세상을 연결하는 초연결 사회를 위한 조언을 담은 책도 엄선했습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의 미래` `금리의 역사` 등 10여 권의 책을 통해 검증된, 거시 경제를 제대로 다루는 희귀한 국내 저술가다. ( 로크미디어 / 홍춘욱 지음 )
역사학을 전공한 이코노미스트가 이번에는 주 전공을 가지고 돌아왔다. 금융이라는 커다란 돈의 흐름을 통해 세계사 50대 사건에 주목하는 책, 역사의 중심에는 언제나 돈이 있었다는 `썰`을 푸는 데 그 입담이 대단하다.
첫 번째 사건은 트라팔가르 해전. 대륙의 정복자 나폴레옹의 가장 큰 적은 영국이었다. 영국은 7차례나 대프랑스 동맹을 주도했고, 1812년 살라망카 전투에서도 웰링턴 공작이 이끄는 영국군이 프랑스군을 패퇴시켰다. 나폴레옹의 패권에 결정적 균열을 낸 이 전투에 앞서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이 있었다. 넬슨 제독이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이긴 뒤 영국은 제해권을 장악한 것이다.
당시 국내총생산(GDP)이 영국의 2배에 달하던 프랑스가 해군에서 열세였던 이유는 범선 기술의 차이였다.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에서 발명된 카라벨 유형 범선들은 월등한 균형감으로 대포 발사에 따른 반동을 흡수하는 최종 병기였다. 현재 가치로 110억원이 넘는 이 값비싼 함선을 영국이 보유할 수 있었던 건 1688년 명예혁명 덕분이었다. 이전까지 영국 왕실은 채무 불이행이 빈번해 금리가 15%를 넘나들 정도로 높았지만 혁명을 기점으로 국채 금리는 급격히 하락해 10% 이하로 안정됐다. 세금에 질린 납세자들은 명예혁명을 통해 왕위에 오른 네덜란드 윌리엄 3세에게 세금을 거둘 때 의회 동의를 얻도록 약속을 받았다.
게다가 윌리엄 3세는 기술자, 금융 인력 수만 명과 함께 영국에 상륙했다. 네덜란드 금융이 영국에 접목되자 18세기 영국의 국채 금리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해군은 거대한 함대를 구축했고, 실제 화약을 이용해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하게 됐다. 전력이 급상승한 건 당연한 수순. `보급으로 이기는` 영국군의 신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금리 하락의 혜택은 영국 시민에게도 돌아갔다. 만기가 없는 영구 채권에 투자해 편안한 노후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 금융의 제국, 런던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일본의 버블 붕괴가 1920년대 대공황과 흡사했다는 진단도 있다. 알려진 대로 모든 것의 시작은 1985년 플라자 합의였다. 엔화의 급격한 하락에 일본은 금리 인하로 대응했다. 내수에 돈이 몰리며 버블이 시작됐고, 주식시장도 폭등했다. 과열을 진정시킬 주사는 금리 인상이었지만, 불운하게도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로 금리 인상을 억제하는 `국제 공조`에 동참하게 된다. 버블은 부동산시장에서 더 극심히 발생해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갈라파고스`를 만들어냈다.
견디다 못한 중앙은행 금리가 6%에 도달하자 버블은 무너졌다. 잃어버린 20년의 시작이었다. 자산 가격 붕괴는 `역(逆) 부의 효과`를 만들어내 심각한 불황을 유발했다. 미국 연준 보고서는 일본 경제를 진단하며 버블 붕괴 후 정책 금리만 공격적으로 내렸어도 장기 불황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통화 정책이 무력화되는 디플레이션에 접어들자 일본은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일본이 금리 인하를 미적거린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디플레이션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선진국 중 처음으로 만성적 디플레이션과 대공황 당시 미국 연준을 지배했던 `청산주의`의 덫에 걸린 것이다.
이 밖에도 18세기부터 서양이 동양보다 잘살게 된 이유, 미국 남부가 노예제도 폐지에 저항한 이유, 미국이 패권국가로 올라가며 국제 경찰을 자처한 이유, 금본위제의 실체와 그 영향, 광복 이후 토지개혁과 외환위기가 불러온 결과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한 `돈`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돈의 역사를 통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인류는 돈의 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된다. 20세기 초반 미국 경제의 부침을 돌아본 뒤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교훈을 도출해내는 등 투자자를 위한 아이디어도 제공한다. 저자가 지금까지 쓴 가장 대중적인 책이자 유용한 책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출처 : 매일경제 190511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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