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드 배치 방침을 확정하자 중국과 국내 후보지역의 반발이 크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배치는 한반도 방위수요를 훨씬 넘어선 것이며 그 어떤 변명도 무기력하다"고 했다. 한국의 방위수요를 결정하는 것은 한국인가, 중국인가. 한국의 주권은 누가 갖고 있는가. 전 세계는 한국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중국이 이웃나라와 관계를 어떻게 가져 가는지 예의 주시한다. 한국에 중국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중국을 두 가지 눈으로 본다. 하나는 핵문제를 포함해 북한문제를 풀어주는 역할, 또 하나는 높은 경제 의존도이다. 북핵문제에서 중국은 한국의 염원을 관철시켜 주지 못했으며 남북 화해를 돕는 역할도 하지 못했다. 제재 국면에서도 늘 북한에 숨구멍을 뚫어줘 결국은 우리가 뒤통수를 맞게 하고 말았다. 오늘날 교역에서 수호천사는 없으며 한·중 교역도 쌍방의 이득 때문에 거래한다.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동북아 정세를 논하면서 한국이 중국,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바림직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국은 그런 명제에 충실해 20세기에 이어 21세기 첫 15년을 거의 굴욕적으로 그렇게 보내왔다. 그런데 이번 사드 배치는 국가수호에 관한 사안이다. 그것은 그 어떤 가치보다 최우선에 둬야 하는 주권국가의 책무다. 그런 면에서 2년 전 북핵 위협과 사드 배치 문제가 거론됐을 때 바로 결정하지 않은 게 잘못이다. 정부가 이 눈치 저 눈치 보는 동안 음모론은 광우병과 천안함 침몰, 세월호에서 창궐했던 바이러스들처럼 피어올랐다.
사드는 중국에서 미국을 향해 쏘는 미사일 요격용이고, 수조 원에 달하는 군사장비를 한국에 팔아먹으려는 술책이며, 결국은 한반도에 전쟁 참화를 불러일으키리란 괴담을 만들어낸 세력이 있다.
필자를 포함한 한국 언론인 10명이 지난달 태평양함대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마크 몽고메리 작전참모부장(소장)은 우리에게 물었다. "한국인들은 사드라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 때문에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말이 맞는가?" 참으로 국가 망신시킬 음모론이 미국 수뇌부에까지 침투한 것이다.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그린 엉터리 소설을 쓰는가. 태평양함대사령부의 최대 우려는 난사군도에서 미·중 간 충돌이었다. 지금은 60세인 몽고메리 자신이 젊었을 적 근무한 스프래틀리군도엔 책상 크기의 바위 하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활주로 3000m가 설치돼 수송기 착륙이 가능하며 10층짜리 건물도 몇 개나 있다고 했다. 중국이 국제해양법 질서를 어겼다는 지적이다. 필리핀의 스카버러 숄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에 대해 중국은 아예 무시해왔다.
중국은 불의(不義)는 참아도 불리(不利)는 못 참는다는 국제 외교가의 격언이 있다.
사드 배치로 한·중 간 긴장이 고조되자 2000년 마늘분쟁의 악몽을 떠올리는 한국 재계의 걱정은 크다. 당시 중국산 마늘이 범람하자 관세율을 30%에서 350%로 올리는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했다. 마늘 수입은 연간 800만달러였으나 중국은 보복으로 휴대폰과 유화제품 5억5000만달러어치의 수입 제한을 가했다. 당시 일처리를 담당한 정부 측 관리는 참담하게 무릎 꿇고 빌어 해결했다고 한다. 사드 갈등이 터지자 중국에 진출한 화장품, 소비재 업체의 주가가 3조원 이상 폭락했다. 정치적으로 중국과 미국, 일본 간 첨예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이들 국가의 교역실적을 보면 미국 1위, 일본 3위는 변하지 않는다. 작년엔 한·중 교역이 18.4% 감소한 반면 중·일은 12.3%밖에 줄지 않았다. 중국인의 일본 관광은 2015년 한 해 100% 이상 증가했다. 역사적으로 이해를 좇는 경제거래는 국가 갈등이란 강풍도 뚫어왔다.
2000년 이상의 한·중 관계에서 좋은 시절, 나쁜 시절이 많았다. 특히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세력이 확장될 때 한국은 청나라에 온통 기댔던 안일함이 한일합방, 6·25동란 참화의 원인이 됐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권 국가다. 한국의 주권수호는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한다. 그러나 중국이 제2의 마늘 파동을 일으킨다면 G2 국가라 할 수 없다. 도덕성이 결여된 힘의 논리는 깡패나 진배없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처신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한·중 고위급 언론인 대화에서 문제의 환구시보 간부는 "미국은 언제든 방향을 중국으로 틀고 사거리도 크게 늘릴 것"이라고 의심과 흥분으로 뒤범벅이 돼 발언했다. 중국인들이여! 왜 그렇게 의심이 많은가. 외교에서 크게 반발하면 깎아주는 이니셜 갬빗(initial gambit)쯤으로 여기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만나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다. 중국은 국가의 품격을 믿고 한국 국방부 발표를 신뢰해야 한다. 어제 국회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중·러 반발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란 말은 모기만 한 소리로 들린다. 당당하게 내정 간섭 말라고 하라.
출처 : 매일경제 160713 [김세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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