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설립된 지 28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상장을 고집한다.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고작 1.4%. 나머지 98.6%는 8만2471명의 직원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경영권 세습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 선포한 런정페이 회장은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의 미래와 경쟁력에 대해 고민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종업원지주제"라고 설명한다.
화웨이는 `신입사원들에게 야전침대부터 준다`고 할 정도로 밤샘근무가 일상화돼 있다. 지분에 따라 분기마다 배당을 확실하게 해주니 일하지 못해 안달이다. 늑대처럼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화웨이 특유의 `늑대 문화` 역시 여기서 유래했다. 단돈 3500달러로 시작한 화웨이가 전 세계 임직원 15만명, 16개 연구개발(R&D)센터, 매출액 395억달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바탕에는 종업원지주제, 순환 최고경영자(CEO)제도, 이사진 선거 등 사람 중심의 수평적 기업문화가 주효했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사내에서 `YY`로 불린다. 직급이나 나이가 아닌 철저히 개인 능력으로만 판단하는 수평적·개방적 기업문화의 일환이다. 창업주인 류촨즈 회장은 초기부터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물려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지난 2000년 `더 잘하는 사람이 경영을 맡아야 한다`며 당시 37세에 불과했던 양위안칭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입사 3년 만에 사업부장이 될 만큼 영업력이 뛰어났던 양위안칭을 눈여겨본 것이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 역시 미국식 자율과 파트너십을 중국식으로 재해석한 수평적·개방적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샤오미는 고객 서비스 직원들에게 업계 평균보다 20~30% 더 많은 임금을 준다. 초기 60%가 외주 계약직이었으나 현재 75%가 자체 고용이며, 가까운 미래에 100% 자체 고용할 예정이다. 종업원들 없이는 기업도 성장할 수 없다는 게 창업주 레이쥔 회장의 기본 철학이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무섭다. 그동안 한국 제조업의 중심축이었던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전자, 반도체 등 모든 업종이 중국발 태풍에 속절없이 휩쓸려 가는 중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1위 애플, 2위 삼성에 이어 3~5위가 샤오미, 레노버, 화웨이 차지다. 중국 기업이 무서운 이유는 그들이 값싼 노동력에 더해 기술과 품질 경쟁력까지 더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기업의 존재 기반은 결국 `사람`이라는 진리를 기업문화로 승화시키면서 종업원들과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어서다.
한국 기업은 어떤가. 대기업 중소기업 할것 없이 사람 자르기에 바쁘다. 수십 년 몸담은 회사에서 졸지에 잘린 40·50대들이 부지기수다. 야당 원내대표는 `총선용 경풍(經風) 공작`이라고 억지를 부리지만 팔자 좋은 국회의원들만 못 느낄 뿐이다. 온 국민이 올해보다 더한 진짜 경제위기, 대량 실업 사태가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러면서도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면세점 사업 출정식에는 재계 3세, 4세들이 선두에 섰다. 이래저래 씁쓸한 크리스마스다.
출처 : 매일경제 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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