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산 가는 청룡저수지를 첨으로 알았을 적
약 20년 전 여름과 많이 달라진 저수지를 올 때마다
물안개, 밤 낚시, 즉석 매운탕..그 기억
되돌가가고 푼 추억
어제 눈이 참 많이도 왔다
3월 중순이 넘었는데, 이렇게 눈이 많이 온 3월이 있었을까?
차가운 바람에 나무의 눈이 눈보라처럼 흩날리고
청룡사 대웅전 앞
반쯤 죽은 배롱나무가 더욱 춥게 느껴지는 눈내린 3월
이 배롱이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 올 해도 안녕하신가?"
극락에 있음직한 외모로 겨울을 보내고
5월에 푸르름에 신기하고, 장하게 보였던 배롱이 노인
그리 오랜만에 온 것도 아닌데
새로이 인사하는 요놈의 눈모자가 재밌다.
아무 준비 없이 그냥 온 서운산
신사복에 겨울 외투걸치고~ 신발만 " 등산화"
항상 등산화를 차량에 싣고 다니는 덕을 톡톡히 보는 오늘.
눈길 자욱은 있으되
너무 조용해서, 나 혼자만 있는 줄 알았데..
은적암 올라가는 길에 망부석처럼 서있는
몇 년만에 보는 이 친구를
난 처음 봤을 적에 어머니라고 불렀습니다
그냥 휑하게 드러낸 것이 어머님 같아 보였습니다.
은적암
목탁소리보다 큰 , 중성적 높은 톤의 염불소리가 들립니다.
상당히 카랑카랑한 염불소리
가만히 댓돌위의 신발을 보니
신발 한 켤레
핼기장 H자 표식은 눈에 가리고
나보다 먼저 간 발자욱이 햇살에 부드럽게 빛을 발하고
그냥 발라당 뒹굴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웃기는 사람
조심 조심~ 슬슬 올라 오다 보니깐
정상까지 왔군요
신사 양복에, 길에서 주은 나무지팡이 짚고서 올랐습니다.
조롱박새인가?
디카를 들이대자 먹을 것인가 해서 유심히 바라보는 요놈에게
미안한 맘입니다.
(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흔들며 보니깐,, 요놈이 금방 날아갈 것처럼 입체로 보이네요 ^^ )
하산하는 길에
다시 헬기장에 들렀더니만
노년의 부부 등산객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그 향이 어찌나 구수하게 내 코를 자극하는지..
2004년 3월 1일 인가??? 지금보다 눈이 엄청 쌓인 날
회사직원 셋이서 찾았던 이 길
양 쪽 "산철쭉"이 눈에 덮혀 아치를 이뤘던 기억의 이 길.
좌성사 산신각
조그만 암자의 법당 뒤
지금도 여전히 꿀맛의 약수가 목을 축여줍니다.
정오가 지난 시각에
눈이 녹아 질퍽거리기 시작합니다
( 좌성사에서 청룡사로 하산하는 길 )
그냥 계획 없이 들른 서운산
힘들만한 곳 산중턱 쉼터 의자엔
쉬는 사람 없어 소복히 눈이 쌓이고
쫄쫄쫄 소리내며
오줌 줄기처럼 쏟아내는 눈 녹은 봄의 물줄기가
왜 그리 우습게 와 닿는지
준비없고, 생각없이 그냥 찾아간 눈 쌓인 서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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