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있는 나라는 살고, 공장 없는 나라는 죽는다.`
코로나19 탓에 위기에 빠진 세계 각국의 실상이다. 마스크, 식품, 방호복 등을 직접 생산하는 나라들만 시민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미국, 이탈리아, 영국 등 탈공장 서비스 국가들 상황은 비참하고 끔찍하다.
경제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는 한국을 코로나19 사태 피해를 덜 입은 나라로 꼽았다. 방역에 성공한 덕분도 있지만 역시 `공장의 힘` 때문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8%로 독일(21.6%), 일본(20.8%), 미국(11.6%) 영국(9.6%) 등에 비해 높은 편이다. 빈사 상태에 빠진 서비스업과 달리 우리 제조업은 여전히 공장을 돌려 고용을 유지하고 물건을 만들어 내수를 받치고 수출을 해나가고 있다. 공장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조슈아 프리먼의 `더 팩토리`(시공사 펴냄)에 따르면 18세기 영국의 면직 공장에서 21세기 중국의 스마트폰 공장까지 `공장은 발전의 도구이자 현대성을 성취할 수 있는 마법의 수단이며, 인간에게 거대한 댐과 발전소와 철도와 운하를 선물해 우리가 사는 지구의 표면을 바꾸어 놓은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다. 한마디로 현재의 세계를 만든 것은 공장이다.
공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외부의 힘으로 가동되는 장비를 이용해 함께 작업하는 조직`이다. 대량 생산을 통해 기적적 생산성을 발휘하는 이 조직을 중심으로 사회는 완전히 바뀌었다. 공장은 `수백만 명의 남녀 노동자가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으면서 버젓한 보수가 보장되는 일`을 제공했다. 기아를 해결하고 위생을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했다. 무엇보다 타고난 육체만으로 성실히 일하면 누구나 중산층에 속할 수 있는 사회적 경로를 열었다.
물론 공장은 노동 착취, 빈부 격차, 환경오염, 인간 소외 등 온갖 문제도 일으켰다. 모든 사람이 동시에 일을 시작하고 마쳐야 하는 공장의 리듬에 맞춰 표준시간이 도입되면서 인류 대부분이 자연의 순환이나 몸 상태와 상관없이 일하는 삶을 강요받고 있다. 이것이 정신건강을 파괴하고, 인간 영혼 내부에 불행을 퍼뜨린 원인임은 익히 알려진 바다.
코로나19는 `포스트 제조업`이라는 환상을 파괴했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투자를 통해 부를 불리려는 금융화 전략을 저지했다.
물건 없이 목숨도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환기했다. 공장을 보호하는 것이 곧 사회를 보호하는 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공장을 상상할 임무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생산성이 높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미래의 공장 말이다.
출처 : 매일경제 '20. 04. 18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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