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혁명시대 신기업보고서 제시한 리처드 호윗 국제통합보고위원회 CEO
1901년 창사 이래 70여 년간 세계 최고의 철강 회사 자리를 지켰던 US스틸. 1903년 US스틸은 최초의 연차보고서를 직전 사업연도인 1902년을 기준으로 주주들에게 발행했다. 현재 매 분기 볼 수 있는 상장사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는 이때 기본 구조와 내용이 정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부터 110년이 지난 2012년 US스틸이 작성한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를 보면 양식은 물론 구조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지난해 국내에 출간된 `회계는 필요 없다`의 저자 바루크 레브 뉴욕대 경영학부 교수와 펭 구 버펄로대 회계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재무분석 및
기업 가치평가에 필요한 도구가 지난 110년 동안 정보를 처리하고 구성하는 방식에 그 어떤 진전도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황성식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기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에 의해 전통적 회계 정보는 그 유용성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며 "자본시장이 선진화될수록 재무 보고의 한계를 넘어 비재무적 정보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기업보고서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가 분석한 `회계는 필요 없다`에서 말한 회계 정보의 유용성이 하락한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무형자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증대되는데 이를 비용으로 인식한 나머지 회계 정보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둘째, 회계기준에 추정치를 쓰는 경우가 늘며 오류와 조작 가능성 또한 커져 회계 정보의 신뢰성이 저하되고 있다. 셋째, 기업가치와 주가에 영향을 주는 비거래적 사건이 늘고 있으나 회계보고서에는 상당한 시차가 있고 중대한 사건 인식이 누락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기관투자가에 금융 자문과 전략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오션 토모(Ocean Tomo)는 2015년 S&P500 기업들의 시장가치를 설비·건물 등 유형자산과 브랜드·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그 결과 1975년 기준 전체 시장가치에서 유형자산은 83%, 무형자산은 17%의 비중을 차지했다. 40년이 흐른 2015년에는 상황이 역전돼 유형자산 비중은 16%로 줄고, 기업 시장가치의 대부분을 무형자산(84%)이 차지했다.
지식·정보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기업가치의 원천은 무형자산으로 옮겨졌다. 이에 따라 기존 재무 중심 기업보고에서 기업의 장기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2010년 8월에 설립된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International Integrated Reporting Council)에서 제정한 `통합보고서(Integrated Reporting)`도 새 대안이다. IIRC는 통합보고서의 틀과 작성기준에 대한 전 세계인의 논의를 주도하고 다양한 조직이 통합보고서를 채택하도록 이끌고 있다.
통합보고서가 묻는 핵심 질문은 `이 조직은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는가`다. 통합보고서는 조직의 전략, 지배구조, 성과, 전망 등 외부 환경 속에서 단기·중기·장기적 가치 창출로 연결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통합보고서는 실제 조직에 적용하기 위한 핵심 개념으로 재무자본 외에도 제조자본, 지식자본, 인적자본, 사회·관계자본, 자연자본 등 여섯 가지 자본을 제시한다.
영국 노동당 출신의 리처드 호윗(Richard Howitt)은 5년 전부터 IIRC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는 1994년부터 2016년까지 유럽의회 의원이자 영국 노동당 국가정책포럼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유럽연합(EU)에서 2014년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에 비재무적 정보와 다양성 정보의 공시를 의무화한 `대기업의 비재무 정보와 다양성 정보에 관한 공개 지침`을 만들고 시행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호윗 CEO는 기업보고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지난 5일 한국회계학회 주관으로 열린 `신기업보고서 심포지엄`에 참석해 매일경제 비즈타임스와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6000개가 넘는 기업이 새로운 기업보고서를 채택해 시장의 신뢰와 장기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로 확산 중인 통합보고서 도입에 한국도 동참하면 위험(리스크)을 줄이면서도 비즈니스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하는 그와의 일문일답.
―한국 기업들이 통합보고서를 특히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기업은 통합보고서가 없어도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나.
▷통합보고서를 처음 본 많은 기업은 자신들의 내부를 꼼꼼히 살펴본 적이 없어도 단기·장기 가치라든지 기업 외부와의 관계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의견에 수긍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그저 단기 이윤 추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데 동의한다. 통합보고서는 개별 기업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일일이 말해주지는 않는다. 통합보고서는 많은 기업이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그들의 목표를 다룰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기술과 위험 요소, 경제 환경이 바뀌고 있다. 기업도 (이에 맞춰) 빨리 바뀌어야 한다.
―통합보고서로 기존 재무제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 통합보고서를 만들 때 반드시 준수해야 할 지침이나 회계처리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
▷통합보고서의 개념은 기존 투자자 관계·기업설명(IR·Investor Relations)을 완전히 대체하는 게 아니다. 이에 보완적인 성격이다. 통합보고서는 회사의 장기 가치 창출의 재료가 되는 다차원적인 자본을 포괄한다. IIRC는 기업보고 프레임워크 간 비교 가능성과 일관성, 기존 회계기준과 IR에 보다 적합하도록 하는 것을 위해 CRD(Corporate Reporting Dialogue)를 만들었다. CRD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미국 금융회계기준위원회(FASB) 양쪽을 참고해 종합적인 글로벌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를 만들 수 있었다.
―통합보고서의 핵심 질문은 `조직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는가`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통합보고서는 재무자본, 제조자본, 지식자본, 인적자본, 사회·관계자본, 자연자본 등 여섯 가지 자본의 개념을 제시했다. 각각의 자본마다 갖는 특성은 무엇인가.
▷IIRC는 기업 경영이 다양한 차원의 자본 세계에서 이뤄진다고 믿는다. 30년 전에 비해 오늘날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관계와 자원의 범위가 넓어졌고 대부분 기업 외부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비록 제조자본은 기술 변화에 따라 바뀌고 있지만 재무자본과 제조자본은 전통적인 재무제표에 보고되던 개념으로 당신은 전문적이고 간결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진보된 제조자본은 고정자산의 형태를 띠고 있을지라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제조자본에는 기술 발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제조 과정 자체도 포함될 수 있다.
자연자본의 경우 기업 경영을 어떻게 비용 타협적으로 전환할 것인지를 묻는다. 예를 들어 에너지 소비의 이면에는 더 많은 환경부담금과 탄소세 등이 있다.
기술과 서비스, 프로세스 측면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 지식자본을 갖춘 기업은 자사가 직면한 리스크와 기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사회·관계자본은 기업을 운영하게 하는 일종의 사회적 허가다.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의 신뢰를 필요로 한다. 만약 기업이 사회나 고객 관계에 기반한 종합적인 믿음을 상실한다면 이는 기업에 있어 큰 위협이다. 반대로 회사가 고객의 믿음과 신뢰를 쌓아나간다면 사회적인 지지를 회득하게 된다.
인적자본은 조직 구성원의 인적 다양성 등이 매출로 전환되는 작용이다. 과거에는 인적자본이 어떻게 가치 창출과 연결되는지 잘 알지 못했지만 이제 통합보고서를 작성하는 회사는 인적자본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수익(ROI)을 이해하고 실제 여기에 투자하려고 한다. 인적자본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식자본은 지식과 아이디어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화는 완전히 기업 환경을 바꾸고 있다. 미래는 기술 회사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기업이 기술 회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특정 시점에 한 방향의 기업 보고가 아닌 모든 방향에서 계속되는 연속적인 기업 정보의 흐름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를 대표하는 가치는 어느 한 시점을 잘라서 보고하는 지금의 형태로는 파악할 수 없다.
IIRC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회사마다 각각의 자본을 방법론적으로 구별해서 쓰라는 게 아니다. 대신 자본에 대한 폭넓은 접근을 받아들여 기업과 전략에서 무엇이 알맹이가 되는 건지 고려하라는 것이다. 과거의 성과 대신 미래지향적인 시각에서 보고하라는 뜻이다. 더 나은 보고를 뜻하는 것이지, 더 많은 보고를 의미하진 않는다.
―최근 한국에도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2016년 12월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제정한 바 있다. 한국에서 ESG 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통합보고서와는 어떤 관계가 있나.
▷한국은 그간 기업지배구조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문제에서 진전을 이뤘다. 지난해 출범한 한국회계학회 미래준비위원회도 여기에 힘을 보탠 것 같다. 한국 정부와 정책당국이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을 촉진하고 있고 이에 따라 투자자와 기업들 사이에서 활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 통합보고서를 완전히 수용하지 않은 투자자와 기업들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새로울 것이다. 이들에게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통합보고서가 전 세계 기업지배구조를 포함해 비즈니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봤다. 한국도 일단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지침이 나온다면 그 지침은 통합보고서를 포괄하는 형식이 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은 이를 통합보고서를 도입한 국가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도 장점이 있다. 통합보고서는 기업들이 새로운 원칙과 코드를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투자자와 기업의 대화를 성공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공간이자 투자자들이 원하는 변화를 인식하는 길이 통합보고서다.
ESG 투자는 지금껏 여러 국가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IIRC의 목표는 작은 틈새 전문 영역에 그치지 않고, ESG뿐 아니라 다차원의 자본을 통합하는 것이다. ESG는 인적자본, 지식자본 등 결정적이고 잊어선 안 될 것들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IIRC는 모든 투자자가 장기 가치 창출이란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길 바란다.
―독일에는 비상장기업이지만 탄탄한 역량을 갖춘 강소기업 `미텔슈탄트`가 많다. 미텔슈탄트의 강점으로는 분기별·연도별 단기 성과에 얽매이는 상장회사에 비해 장기 목표와 장기 가치 창출에 유리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통합보고서가 있으면 전형적인 거대한 상장사도 미텔슈탄트처럼 장기 가치를 추구할 수 있을까.
▷통합보고서의 콘셉트는 통합보고서가 앞으로 기업 보고의 일반이 될 것이란 거다. 통합보고서는 모든 규모나 구조의 조직에 적용될 수 있다. 사모펀드(PEF)나 공공기관까지 포함해서다. 독일 미텔슈탄트는 중요한 사례다.
유럽의 `대기업의 비재무 정보와 다양성 정보에 관한 공개 지침` 채택을 앞두고 2014년 당시 독일 미텔슈탄트 관계자들은 처음에는 통합보고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추가적인 기업 부담과 비용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IIRC가 이들과 대화하며 새로운 지침이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 법규 준수(컴플라이언스)이자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라는 점을 설득하자 미텔슈탄트들은 통합보고서의 열정적인 지지자가 됐다.
이런 점은 PEF가 보유한 회사나 가족 소유인 한국 기업들에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추가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 이는 기업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기업 보고의 사고방식 변화이자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통합보고서는 기업의 가치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통합적인 사고와 통합보고서를 도입하고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낸 기업이 300개 넘게 존재한다는 게 이미 다양한 연구 결과로 나타났다.
―과거와 달리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여전히 많은 기업 보고는 재무제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재무적 자산을 고려하는 것은 여전히 복잡해 보인다. 브랜드, 사업 모델, 기술, 고객 관계 등 비재무 요소가 무형자산으로 어떻게 평가돼야 하는지, 재무적 성과와는 어떤 관계를 갖는지, 실제 IR에서는 어떻게 공개할지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 10년간 많은 것이 바뀌었다. 특히 IIRC는 세계적으로 무형자산을 어떻게 측정해야 할지 연구했다. 통합보고서의 여섯 가지 자본 가운데 자연자본과 사회자본의 측정은 견고하고 믿을 만해졌고 성숙한 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인적자본과 지식자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특히 가치 창출과의 연결고리를 자세히 규명해야 한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IIRC는 통합보고서에 권위를 부여하고 자리 잡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만약 통합보고서, 지속가능보고서 등 세계의 모든 비재무적 보고서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미 전 세계적으로 7000~1만2000개 기업이 이를 채택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KICPA)처럼 회계 커뮤니티가 미래의 기업 보고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보여주는지는 회계사 업무의 `감사(assurance)`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지 시사한다.
무형자산의 측정과 기업 가치에 대한 반영이 중요한 이유는 글로벌 재정 안정성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 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B20(Business 20)에서 주요국 재무장관과 재계 인사들이 토론회를 열었다. 각국 재무장관들은 무형자산 측정과 이를 기업 가치에 반영하는 것을 재정적 현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각료들은 국가 재정 목표 달성을 위해 통합보고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G20 정부와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 안정을 위해서는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 스캔들처럼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파나마페이퍼` 같은 글로벌 조세 회피 스캔들부터 기업의 사생활·개인정보 침해까지 폭넓은 안목을 제공하는 통합보고서를 채택한다면 이런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까.
▷기업 보고에 있어서 세 가지를 시사한다고 본다. 우선 페이스북의 CA 스캔들은 더 이상 기업이 부정하게 숨을 곳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매우 영리하고 소셜미디어 영역을 개척한 회사라도 정보화 시대에 대두되는 새로운 책임과 정밀조사의 예외가 될 순 없다.
정보 노출을 꺼리던 기업에도 교훈을 주고 있다. 과거 회사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숨길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정보가 기업 내부로부터 나온다. 직원부터 중간유통상까지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나온다.
기업 보고는 그 자체로 다른 주체를 위한 게 아니다. 기업의 이해관계에 포함된 것이다. 공공영역에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스스로 밝히는 게 비즈니스의 성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통합보고서가 모든 기업 스캔들을 100% 근절하는 방법이 될 순 없을 것이다. 그 무엇을 보고하게 만들어도 세상 어딘가에는 항상 악한 의도를 갖고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재무제표 측면에서만 보자면 통합보고서 도입은 과거 기업 보고 분야에서 발생했던 대부분의 스캔들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보고서의 철학은 연결성과 총체적 관점이다. 이는 경영진과 이사진이 잘못된 일을 해서 리스크를 부담하기보다 이를 방지하는 편이 더 낫다는 점을 이해하게 한다.
페이스북과 CA 스캔들 같은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규제를 만든다면 서로 연결되지 않은 매우 긴 규제 목록을 작성하게 될 것이다. 길고 복잡한 규제안은 불완전하고 모든 회사들에 공평하게 적용되지도 않을 것이다.
통합보고서는 기업들에 어떻게 더 많은 부담을 주려는 게 아니다. 이는 옳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방법이다.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기업이 모든 종류의 리스크를 대처하는 데 있어 무엇이 핵심이 되는지 알게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게 통합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다. 스캔들은 발생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건강한 경제 시스템을 위해서는 총체적인 사고와 통합보고서가 좋은 대안일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회계사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디지털 시대의 회계사들은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며 생존할 수 있을까.
▷회계사들이 해온 재무지표 분석과 통계처리 같은 업무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다. 회계사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일은 모든 분야에 걸친 도전 과제다.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소셜미디어의 세계에서 감사 기능은 중요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회계사들의 감사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감사 기능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오히려 회계사들에게 이는 기회일 수 있다. 통합보고서는 회사의 과거 정보뿐 아니라 미래 전망을 함께 고려한다. 회계사들은 회사 안팎의 관계들을 모두 보고 전략과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하는지 등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모든 과제가 인간 중심적인 과제다.
회계사의 역할은 반드시 바뀔 것이다. 관계와 전략, 자문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지속적인 전문성에 대한 수요가 있겠지만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전문가의 역할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
▶▶ 리처드 호윗은…
잉글랜드 버크셔 출신으로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 최고경영자(CEO)를 5년 전부터 맡고 있다. 자발적으로 IIRC 대사로 활동하며 정재계에 통합보고서 채택을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윗 CEO는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철학,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2016년까지 22년간 영국 노동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이자 노동당의 국가정책포럼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2014년 유럽의회가 채택한 `대기업의 비재무 정보와 다양성 정보에 관한 공개 지침`의 핵심 설계자다. 수년간 사회적 책임을 포함한 기업 보고 관련 문제에 대한 보고자(rapporteur)로 활동해왔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선구자다. 호윗 CEO는 `유엔기업·인권포럼(UN Business and Human Rights Forum)`과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업책임경영 글로벌포럼(OECD Forum on Responsible Business Conduct)` 등 다수 국제 정책 과제에서 유럽을 대표하며 세계 각국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출처 : 매일경제 '180420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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