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의샘 ♣

미리 막을수 있는 위기 vs 미리 막을수 없는 위기

달컴이 2017. 2. 26. 23:02






'회색 코뿔소가 온다' 저자 미셸 부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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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의 의류공장 라나 플라자가 붕괴하면서 113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방글라데시의 최악의 산업재해로 꼽히기도 한 이 사건은 위험 발생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를 간과해 생긴 사고였다. 사고 전날 벽에 커다란 균열이 생겨 공장 사장이 노동자들에게 건물에 들어가지 말라 당부했지만 건물주는 이에 대해 별일이 아니라 간과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결국 다시 건물에 들어가 일을 재개했다. 결국 의류공장 붕괴는 눈앞에 위험요소를 두고 이를 무시해 생긴 결과였다.

이처럼 사람들은 때때로 위험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인지하지만 위험이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거나 대처 방법을 몰라서 위험을 맞는다. 눈앞에 위험을 두고도 사람들은 이를 간과하고 막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팀은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의 전 소장이자 '회색 코뿔소가 온다(The Gray Rhino: How to Recognize and Act on the Obvious Dangers We Ignore)'의 저자인 미셸 부커를 인터뷰하며 이에 대해 알아봤다. 부커는 위험이 다가온다는 경고신호가 무시되는 두 가지 이유로 '경고신호의 고장'과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무력감'이라 꼽았다. 또한 "예측 불가능하지만 한번 나타나면 엄청난 타격을 안기는 위험인 '블랙스완'보다 발생 가능성이 높고 빤히 보이나 사람들이 무시하는 위험인 '회색 코뿔소'에 리더들은 더 걱정하고 이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그와의 주요 일문일답 내용.

―우선 '회색 코뿔소'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고 빤히 보이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을 뜻한다. 코뿔소가 당신을 향해 달려온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상황에서 두려움 때문에, 혹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신의 몸은 굳어버릴 수 있다. 이처럼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위험이지만 이를 보지 못하거나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눈앞에 두고도 이를 부인해 맞는 위험을 '회색 코뿔소'라 비유한 것이다.

2013년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회색 코뿔소' 개념을 처음 발표했다. 현재 해당 위험 종류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많은 사람들이 '회색 코뿔소' 개념을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늘 해왔던 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사람들이 (위험을) 관리하는 데 얼마나 미숙한지, 또 인간이 더 나은 방법으로 (위험을 대비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한다.

―예측할 수 없지만 한번 발생하면 막대한 타격을 안기는 '블랙스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나서서 얘기하지 않는 '방 안의 코끼리' 등 다양한 종류의 위험이 있다. 그렇지만 저서에서 "리더는 '블랙스완'보다 '회색 코뿔소'에 더 걱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인가.

▷'회색 코뿔소'에 더 집중하면 '블랙스완'이 일어날 경우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블랙스완'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의미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의 책 '블랙스완'이 주는 메시지를 잘못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향후에 찾아올 '블랙스완'이 무엇인지 예측하려 했다. 그렇지만 '블랙스완'을 미리 예측하는 것 자체가 정의상 불가능하다. 나아가 '블랙스완'이 악용된 경우도 있다. 어떠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위기가 '블랙스완'이었다는 핑계를 대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그 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제결제은행 등 많은 기관과 사람들이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에 대해 경고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서 경고했다(그렇지만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이를 '블랙스완'으로 묘사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일부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블랙스완'이 '회색 코뿔소'보다 더 파급력이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서는 이에 미리 대비하기 어렵다. 무엇이 다가오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이에 맞서 준비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상상하기조차 하기 어려운 '블랙스완'에 정신을 쏟는 것은 눈앞에 놓여 있고 우리를 향해 돌진하는, 해결 가능성이 높은 일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한다.

우리를 찾아오는 가장 위험한 뜻밖의 순간은 눈앞에 보이는 문제들이 동시에 발생할 때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다양한 문제가 한순간에 일어난다면 그 어느 하나도 해결하기 어렵다.

―'회색 코뿔소'가 '블랙스완'보다 비즈니스에 더 큰 타격을 입힐까.

▷뉴스 헤드라인만 봐도 알 수 있다. 매일매일 임원들이 경고신호를 무시해 생기는 기업 위기가 나온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파문, GM 점화 스위치 결함 논란 등 다양한 기업 위기가 경고신호를 무시해 벌어진 일이다. 경고신호를 무시한 대가로 얼마나 크게 기업들이 다쳤는지를 생각해보라. 전혀 예상치 못하고 제어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면 오히려 기업 임원을 용서하기 쉽다. 그렇지만 (경고신호를 무시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안전 관련 문제가 생기거나 불법 행동을 한다면 임원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위험 경고신호가 무시되는 이유에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경고시스템의 고장, 둘째는 사람들이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위기를 미리 감지하지 못하고 맞으면 경고신호가 약했다고 탓을 돌리기 쉽다. 그렇지만 경고시스템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좋은 핑계가 아니다. 효율적이고 견고한 경고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사람들이 경고신호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편견에 있다. 위기가 닥쳐오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 때문에 실제로는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으로 피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와도 시도하지 않고 자포자기하는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이 경고신호를 무시하는 또 다른 이유다. 우리는 이를 떨쳐버리고 본성에 맞서 싸워야 한다. '회색 코뿔소'가 무시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사람들은 장기적 문제를 피하는 것보다 단기적 이득을 취하는 것에 더 관심 있어 한다. 그러나 단기적 이득보다 장기적인 문제에서 오는 손해가 더 크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심정으로 장기적 문제로 발생하는 피해를 다른 사람이 떠안길 바라며 단기적 이득을 취하는 데 눈독을 들인다.

―리더십과 '회색 코뿔소'의 관계에 대해 묻겠다. 위험이 다가오는 데도 리더가 이를 무시하는 것은 결국 리더십이 없다는 의미일까.

▷리더십의 주요 요소에는 경청과 반응이 포함된다. 주장이 강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사람이 리더라고 생각하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좋은 리더는 언제 팀원들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 아니라도 회사 성공 여부에 중요한 말이라면 팀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위험 경고신호를 감지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사람들이 위험이 다가온다는 경고신호에 유의하게 만드는 것은 더 어렵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 다가오는 위험을 포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회사는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의 말이 받아들여지는지 봐야 한다. 구성원들이 같은 의견을 갖고 있고, 같은 전문성을 갖추고, 위험성을 감내할 수 있는 정도가 같다면 해당 회사는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 집단사고는 의미 있는 의견대립을 못하게 하고, 혁신을 이루는 데 제한을 두고, 위험이 명확하게 눈앞에 있는데도 이를 보지 못하게 막는다. 때문에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정을 내릴 때 '회색 코뿔소'를 포착할 사람이 있는가? 어떠한 사안에 대해 일부러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선의의 비판자(devil's advocate)'가 있는가?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고객과 공급회사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모든 직원들이 경고신호를 알리는 데 편안한 사내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은 자신이 속한 팀을 향해 달려오는 코뿔소로부터 팀원들이 벗어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 다수의 회사에서 직원들은 본인의 동료들, 혹은 친구들과 사내 문제에 대해 공유하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의 귀에는 해당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무기명 보고 시스템이 한몫할 수 있다. 또한 평소에 조용한 직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회의 전 포스트잇에 아이디어를 적어 칠판에 글들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 이는 소극적인 직원과 적극적인 직원 모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다.

덧붙여 직원들이 각기 다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리더가 칭찬하면 큰 도움이 된다. 미국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상사의 의견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생각을 반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회색 코뿔소'가 다가온다는 경고를 하는데도 리더가 이런 직원의 말을 무시한다면 직원들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직원들이 중요한 문제를 리더에게 말할 때에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말하면 리더가 반응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그렇지만 직원들의 경고를 리더가 무시한다면, 똑똑한 직원들은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 것이다. 또한 상사에게 다가오는 위험에 대해 말했다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위기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직원들이 해당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해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상사가 위기 발생 원인을 직원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고신호를 무시해 위기가 발생하면 회사가 입는 재정적 피해도 매우 크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고신호를 못 본 척하는 리더들에게 어떠한 조언을 주나.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편견을 조심하라. 많은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들에겐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본인에게 위험이 다가오거나 부정적인 일을 겪을 확률이 낮다고 생각하는 '낙관주의적 편향(optimism bias)'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에 더 집중을 하고, 듣기 싫은 정보는 잊어버리게 되는 것과도 연관된다.

―남들보다 '회색 코뿔소'를 더 잘 포착하는 사람들 특징은.

▷우선 그들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해도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회색 코뿔소'가 전진해온다는 것을 알아차려 사람들에게 알린다. 역사에서 그들은 진정한 리더로 옹호되고 알려진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영웅적인 일을 해도 그에 걸맞지 않은 처벌을 받는다. 예로, 잔다르크는 영국으로부터 프랑스를 보호한 일등공신이었지만, 당시에는 화형을 당하고 훗날에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회색 코뿔소'를 더 잘 포착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들을 말하겠다. 일반적인 통념에 도전(challenge)하는 정신을 갖고 있고, 남들에겐 위험해 보이는 곳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가졌으며, 자신의 편견을 자각하고 이를 바로잡으려 한다. ―위험관리책임자(Chief Risk Officer)를 두는 것이 회사가 '회색 코뿔소'와 대면하는 가능성을 낮출까.

▷위험 발생 가능성을 살피는 사람이 있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위험관리책임자가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은 회사 사람들 모두가 그의 말을 듣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다. 즉, 위험관리책임자는 혼자 방 안에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위험에 대한 분석을 할 때 정량적 분석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제외된 요소도 있다. 회사에서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을 막으려 할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사내 문화는 어떤지가 포함되지 않는다.

'회색 코뿔소'에 대응하는 다섯 가지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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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위험이 발생하는 상황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막상 마음처럼 위험을 막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미셸 부커는 저서 '회색 코뿔소가 온다'에서 눈앞에 있는 위험 요소에 대응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회색 코뿔소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위험 존재를 알아차리는 데 구조적인 걸림돌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걸림돌을 뛰어넘는 방법은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을 하더라도 당당하게 의문을 제기하거나 리더들이 문제가 없다 말해도 이 말을 믿고 안일해지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코뿔소의 성격을 규정하라'다. 부커는 문제의 성격을 파악하고 해당 문제 해결을 하는 데 의사 결정권을 쥔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언어로 문제를 설명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문제의 성격을 파악한 다음에는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지 말아라'고 부커는 조언한다. 당장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 수 없다면, 조금씩이라도 작은 변화를 단계적으로 이뤄나가는 것이 좋다. 나아가 가능하다면 미리 위기 대비책을 세웠다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면 이를 이용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위기를 허비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라'. 위기를 피하거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겪는다면 쓰러진 후에 다시 일어나서 새로운 기회가 무엇인지 봐야 한다. 예로, 1871년 10월 8일 큰 화재를 경험했던 시카고에서는 그 이후에 낡은 목재 건물 대신 벽돌과 석재로 지은 건물들이 만들어지는 등 현대적인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다섯 번째로 '바람과 같은 방향을 유지하라'고 부커는 말한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첫째, 멀리 떨어져 있는 위험요소들이 어떤 결과를 안겨줄지 예상해야 한다. 그리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올바른 시기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우리를 가로막는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집단사고, 단기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비효율적인 자원 분배 등이 해당 문제에 포함된다.

■ She is…

미셸 부커는 라이스대학교에서 불어학과 정책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교 국제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밀워키 지역 신문인 '밀워키 저널 센티널'에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다우존스, 금융 전문지 '인터내셔널 파이낸싱 리뷰' 등에서 일했다. 글로벌 이슈 연구기관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와 싱크탱크 기관인 세계정책연구소에서도 커리어를 쌓았다. 2015년 그레이 라이노 앤드 컴퍼니(Gray Rhino & Company)를 설립해 개인과 기업들에 '회색 코뿔소'를 포착하고 이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회색 코뿔소가 온다' 이전에 '록아웃(Lockout)'과 '수탉들은 왜 싸우는가(Why the Cocks Fight)'등을 출간했다. 
                                                                                                                         출처:매일경제 170224 [윤선영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