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의샘 ♣

부조리 뿌리 뽑으려면 직원들이 잘 쉬게하라

달컴이 2017. 2. 26. 22:39







굉장히 많은 리더가 필자에게 조직의 부조리나 불합리한 관행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런데 정작 어떤 상황에서 그 부조리와 부당한 행동들이 커질 수밖에 없는가를 묻는 분은 많지 않다. 필자로서는 아쉽기 그지없는 대목이다. 사전 예방보다는 일어난 결과의 제거에만 관심을 두니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폴로어들의 '육체적' 피로를 자주 그리고 제대로 풀어줘야 부조리나 불합리한 관행은 사전에 예방된다. 왜 그런지 한 번 알아보자.



인포머셜 광고(정보를 의미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광고를 의미하는 커머셜(Commercial)의 합성어로 정보량이 많은 상업광고를 의미한다)라고 들어보셨는가? 이러한 인포머셜 광고는 대부분 늦은 밤에 방송된다. 대표적인 것이 홈쇼핑이다. 당연히 그 이유는 광고 효과가 이 시간대에 가장 좋기 때문이다. 왜일까? 관련 연구자들이 분석해 보면 그 이유는 의외로 신체적 피곤함에 있다. 이 시간대에는 대부분 사람이 피곤하기 때문에 제대로 생각할 여력이 없기 십상이다. 따라서 여러모로 고려해 균형 잡힌 평가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후회할 만한 감정적 선택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기가 쉬워진다. 왜냐하면 긴 하루를 보낸 시청자들은 더 이상 광고에서 내뿜는 감정적 자극들인 매력적인 등장인물, 스튜디오 내 방청객의 호응 소리, 혹은 수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압박성 멘트 등에 저항할 정신적인 에너지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광고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수면에 관한 연구들을 잘 종합해 보면, 충분히 쉬었던 병사들에 비해 24시간 혹은 심지어 36시간 이상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병사들은 상관의 지시에 무작정 복종해 심지어는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발포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피곤한 상태에서 쇼핑을 하면 충동 구매가 더 많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결국 마찬가지의 이야기가 된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인간은 일정한 시간 내에 쓸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의 총량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그 에너지가 육체적 피로나 탈진으로 인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정신적 무방비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무방비 상태는 필연적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을 정확하게 하는 것을 방해하며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후회할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인간은 육체가 지쳐 있으면 정신도 지치게 되며 그로 인해 건강한 저항 정신을 상실하게 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조직 내에서 부조리나 부당한 행동이 증가하게 되면 리더는 그것을 뿌리 뽑으려는 단호한 조치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조직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물리적으로 지쳐 있는가를 봐야 한다. 사람은 몸이 건강해야 외부의 부조리나 부당함에 더 잘 그리고 적극적으로 저항한다.  

                                                                                                    출처 : 매일경제 170224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