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동안 ♣

노벨문학상 지평 넓힌 '음유시인' 밥 딜런의 문학성

달컴이 2016. 10. 16. 05:37

 

 

 

 

"문학적, 시적, 철학적인 가사…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결합"

"사람이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사람이라 불리게 될까/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모래에 앉아 잠들게 될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다녀야/ 영원히 그것들이 금지될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답을 알고 있다네"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중)
올해 노벨문학상이 소설가나 시인, 극작가도 아닌 미국 포크록 가수 밥 딜런(75)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기존 노벨문학상의 질서에서 벗어나 비(非) 문인인 딜런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파격을 연출한 이유로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설명했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딜런의 노래를 "귀를 위한 시"라고 했다. 이어 "그의 작품은 시로 읽기에도 완벽하게 훌륭하다"며 "지난 5천 년을 돌아보면 호머와 사포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연주를 위한 시적 텍스트를 썼고, 밥 딜런도 마찬가지"라고 치켜세웠다.

그의 문학성은 이름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의 본명은 로버트 앨런 지머맨이었으나, 그는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1914∼1953)를 따라 밥 딜런으로 바꿔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노래 가사를 시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그는 1990년대 말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다.

특히 기존 대중음악의 가사가 단선적인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데 비해 그의 노래 가사는 다루는 주제부터 달랐다. 반전과 평화, 자유, 저항정신을 노래했다. 그러면서도 대표곡인 '블로잉 인 더 윈드'(1963)에서도 알 수 있듯 직접적인 구어체의 가사가 아니라 서정적이고 시적인 은유와 상징을 구사했다.

저항정신을 담은 다른 곡 '더 타임스 데이 아 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 1964)에서는 "사람들아 와서 모여라, 어디를 헤매왔든. 너를 둘러싼 물이 불어났음을 인정해라. 그리고 곧 네가 거기 뼛속까지 흠뻑 젖게 될 것임을 받아들여라. 이제 너는 헤엄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돌처럼 가라앉을 테니까. 시대는 변하고 있으니"라며 대중에게 시대 변화에 대한 각성을 촉구한다. 한 편의 저항시(詩)로 봐도 부족함이 없는 가사다.

또 다른 대표곡인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1973) 역시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엄마, 내 총들을 땅에 꽂아줘요. 길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내려오고 있어요"라며 전쟁 또는 죽음의 종식, 평화와 안식을 향한 열망을 노래한다. 이 노래 가사는 특히 '녹-녹-노킹'(Knockin')이란 단어의 반복 속에 뛰어난 운율을 보여주는 가사로 평가받는다.

딜런 가사의 문학성을 본격적으로 연구해 '음유시인 밥 딜런'(2015)이라는 책을 펴낸 영문학자 손광수 씨는 이 책에서 "딜런의 노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예술'이나 '미학'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단지 장식적 수사가 아니다. 그가 구축한 예술 형식의 특징인 시와 노래의 결합은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을 가로질러 새로운 미학적 공간을 연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고급예술이 지닌 작가주의와 진지함 그리고 저항성을 노래라는 문화 상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럼으로써 그의 노래는 문화 상품이면서도 상업성 배후에 놓인 자본주의 사회질서와 대립한다"고 정리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밥 딜런의 음악은 문학적, 시적, 철학적"이라며 "그는 1960년대 음악을 하던 모든 사람에게 '세상에 이런 노래를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가사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비약하게 됐다. 밥 딜런의 가사는 비틀스의 존 레논을 비롯해 20세기 대중음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했다.

                                                                                                                                                    출처 : 연합뉴스161014

 

 

 

밥딜런이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10월 13일(현지시간) "훌륭한 미국 음악 전통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낸 밥 딜런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밥 딜런은 미국 포크음악의 대부로, 대중가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쉽게도 고배를 마셨다.

한국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밥 딜런은 그동안 시적인 가사들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그의 음악은 1960년대 저항음악의 대표주자로 꼽혔으며 국내 학생운동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대수, 김민기, 양희은 등 국내의 70년대 내로라하는 포크가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으며 김광석 등 이후 가수들도 밥딜런의 곡을 번안해서 부르기도 했다.

밥 딜런의 대표곡으로는 지난 1962년 발표한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 1973년 발표한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 등이 있다.
특히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지난 2004년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서 사용돼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출처 : 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은 파격을 선택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3일(현지시간)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낸 공로'로 미국의 유명 포크록 가수 겸 시인인 밥 딜런(75)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딜런의 노래를 '귀를 위한 시'라고 표현하며 "지난 5000년을 돌아보면 호머와 사포에서 예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연주를 위한 시적 텍스트를 썼고, 밥 딜런도 마찬가지"라며 다소 의외였던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 소설 희곡 등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본격 문학 작가가 아닌 노래로 더 유명한 싱어송라이터가 수상자가 된 것은 노벨문학상 116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사회성 짙은 작품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온 한림원이 부조리에 맞서며 대중의 삶을 다독이는 작품을 발표해온 밥 딜런의 매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도 분석된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그의 노래들이 말해주듯 밥 딜런은 대중음악 가사를 통해 세대의식과 자유의식을 고취한 인물"이라면서 "하루살이 수준이었던 노랫말을 성경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라며 그의 수상을 환영했다.

이번 노벨상 발표 순간은 3분 남짓의 노래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밥 딜런의 꿈이 세상으로부터 공인받는 순간이기도 했다.

본명이 로버트 앨런 지머맨인 밥 딜런은 1941년 미국 미네소타 덜루스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고교 시절부터 로큰롤을 부르고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뉴욕으로 나가 당시 유행했던 포크송운동에 뛰어들어 1962년 '바람에 실려서'(Blowin'in the Wind)를 발표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1963년에는 앨범 '더 프리휠링 밥 딜런'을 성공시키며 저항가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등의 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1961년부터 만나기 시작한 연인 존 바에즈와 더불어 노래를 통한 인권운동과 미국 포크음악의 큰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저항운동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학생운동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1990년대 이후에는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입지를 지켜왔다. 노후에 발표한 작품들에서도 보수적이며 위압적인 기성사회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는 변치 않고 계속됐다.

밥 딜런의 노래 가사는 단순한 사랑이나 이별이 아닌 사색적인 깊이를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노래는 직설적이고 선동적이기보다는 깊고 그윽한 은유에 더 가까웠다. 정치와 사회, 철학, 문학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한 깊이 있는 가사로 '음유시인의 대표주자'로 불려왔으며, 10여 년 전부터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에 꾸준히 거론되기 시작했다.

일부 영문학자들은 그의 시들이 셰익스피어나 T S 엘리엇에 견줄 만하다고 극찬을 하기도 했으며 미국의 여러 대학에 '밥 딜런 시 분석'이라는 과목이 개설되기도 했다. 그의 이름 밥 딜런은 웨일스 출신의 요절한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에서 따온 것이다.

그가 직접 쓴 자서전은 2004년 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되고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Critics Circle Award)를 수상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밥 딜런의 열렬한 팬이었다.

1984년 매킨토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잡스는 딜런의 곡 '세상이 변하고 있네'(The Times They Are a-Changin)의 가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딜런은 무대 위가 아니면 철저히 침묵하기로 유명하다. 인터뷰도 하지 않는다. 투어에 동행하는 매니저도 밥 딜런과 한마디 하는 데 10년 걸렸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출처 : 매일경제161014

 

 

"기분이 어때/집 없이 사는 것이/알아주는 사람 없이/구르는 돌처럼 사는 것이?"

지난 13일 밥 딜런(75)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긴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구르는 돌같이(like a rolling stone)`의 후렴구 가사다. 1965년에 발표됐지만 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노래를 들으면 울컥할 사람이 많지 않을까.

낙엽과 함께 나뒹구는 하찮은 돌멩이를 보며 `내 신세같이 처량하네`라며 자조 섞인 한탄을 쏟아낼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이 노래의 후반부 구절도 의미심장하다. "아무것도 없으면 잃을 것도 없어. 이제 눈에 띄지도 않고 감출 비밀도 없는 사람이지."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며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 수상에 침묵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건방지고 무례하다"는 스웨덴 한림원 측 반응도 나왔지만 딜런을 잘 안다는 사람들은 "그는 그런 사람"이라며 놀라지 않는다.

밥 딜런은 1941년 황량한 땅으로 유명한 미네소타 광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기 기술자고 어머니는 전업주부였다. 예술적 토양이 풍부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어느 날 학교 선생님이 아들의 예술적 소질을 이야기하자 아버지는 퉁명스럽게 "예술가란 그림 그리는 작자 아닌가요?"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밥 딜런은 그림에도 소질이 있어 현재 뉴욕의 최고 상업화랑인 가고시언 화랑 전속 작가이기도 하니 아버지의 말이 영 틀린 것은 아니지 싶다.

어쨌든 그는 가능하면 고향을 빨리 탈출하고 싶어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뉴욕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내놓은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g in the wind·1963)`은 그를 저항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딜런은 일찌감치 깨달았다. 부와 명예가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명세는 늘 대가를 요구한다는 것을. 딜런은 자신의 노래를 들어줄 청중이 필요했지만 그들에게 휘둘리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을 통제하는 것은 대중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 싶어했다. 성난 시위대가 횃불을 들고 집에 찾아와 아우성칠 때도 도망치기만 했다. 한참 뒤에야 "나는 기적을 일으키는 설교자가 아니었다. `시대의 양심`이니 `무정부시대의 대주교`니 하는 수식어는 온통 거짓말이었다"고 토로했다. 그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사생활과 자유였다. 그게 보장되어야만 경험과 관찰, 상상력이 어우러져 좋은 표현이 나온다는 걸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12월 10일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 밥 딜런은 나타날 것인가. 혹여 "타인은 곧 지옥"이라 말한 장폴 사르트르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까. 상을 받든 거부하든 그건 중요치 않을 것 같다. 밥 딜런은 이미 침묵의 시위를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세상이 아무리 탐내는 노벨 문학상이라도 더 중요한 것은 내 존재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 사회는 지금 갈 길을 잃어버렸다. 어려울 때 덥석 잡았던 손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자신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은둔과 침묵까지 감행하는 밥 딜런의 의연함이 새삼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출처 : 매일경제 161028  [이향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