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당신이 미시간주 스키여행권을 100달러(11만원)에 샀다. 일주일 후에 미시간주 스키여행보다 훨씬 흥미로운 위스콘신주 스키여행권을 50달러(5만5000원)에 또 샀다. 나중에 두 여행권의 날짜가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된 당신. 둘 다 쓸 수는 없다.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여행권을 쓰겠는가.
결과가 놀랍다. 위스콘신주 여행이 싸고 또 흥미로운데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미시간주 여행권을 택한 것이다. 여행족의 뇌 구조는 이렇게 작동했다. 미시간을 택하면 50달러를 버리지만 위스콘신으로 가면 100달러를 버려야 한다는 것. 여행이란 게 싸고 재밌게 힐링하는 게 목적인데도 50달러가 아까워 그 사실을 잊고 마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인간, 이콘을 전제로 하는 전통의 경제학이 놓친 `매몰비용 효과`의 한 단면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자주 이런 상식 밖의 멍청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름하여 `3대 멍청비용`과 맞닥뜨리는 순간이다. 이 비용들 무섭다. 잠깐 사례를 보자.
1. 시발비용
시발비용은 `욱`하는 순간 출몰한다. 최고의 시발비용 유발공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망할 놈의 인스타그램. 1분이 멀다 하고 먹방 사진이 포스팅돼 올라오니, 열통이 터질 수밖에. 주말 칼국수로 가족 회식을 때우려는 순간, `뽀로롱` 후배 홍지연이 신라호텔 파크뷰 뷔페 사진을 올린다. 아놔, 질 수 없다. 차를 신라호텔로 돌려버린다. 시발비용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또 신호가 온다. 올 설 연휴에 제주 여행을 계획했는데, 홈쇼핑 채널, 100만원대 유럽 여행을 판매 중이다. 순간, 드는 생각. 초등학교 5학년 아들 녀석이 아빠가 여행전문기자라고 떠들었을 텐데, "고작, 제주 가?" 하고 핀잔을 들을 모습. 손가락은 어느새 홈쇼핑 번호를 눌러대고 있다. 시발비용 콤보다. 나만 이럴까. 아니다. 한 취업 포털에서 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명 중 8명은 `스트레스나 홧김에 돈을 낭비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2. 멍청비용
해외여행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게 멍청비용(개인적인 부주의로 야기된 실수로 의도하지 않게 지불하게 되는 비용)이다. 기자 역시 독일 여행을 갔다가 멍청비용에 고생을 한 적이 있다. 모스크바 번잡한 도심 한복판에 희한하게 빈자리가 있어서 주차를 했는데, `장애인 구역`이었던 것. 견인센터까지 달려갔고, 20만원이 넘는 벌금을 물고서야 겨우 차를 돌려받았다. 출발 시각을 깜박해 공항까지 택시를 타기도 하고, 열심히 여행길에 나섰다가 집 문을 잠그고 나왔는지 긴가민가해 다시 차를 돌려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3. 쓸쓸비용
요즘 새롭게 등장한 `공공의 적`이 쓸쓸비용이다. 쓸쓸비용은 외롭고 쓸쓸해서 쓰게 되는 돈을 뜻한다. 예컨대 이런 경우다. 혼자 영화 보고 싶지 않아 친구에게 함께 보기를 권하면서 친구 관람료를 부담하기도 하고, 혼밥이 싫어 굳이 집에 있는 친구를 불러 밥을 사는 경우 등이다.
어떠신가. 찔리신다면, 3대 멍청비용, 한번씩은 휘말리셨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있다. 이 3대 멍청비용은 자신의 내부, 즉 내재적 멍청요인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스스로 자각하고 인식한다면 개선할 수 있다.
진짜 무서운 건 `외생 비용`이다.
가만히 있는데, 옆에서, 그러니깐 신문에서, 잡지에서, 각종 미디어에서, 시시각각 `뽐뿌질(펌프질)`을 해 댄다. 이 비용들은 멋진 용어로 포장돼 있다. 한번 사는 인생, 하나뿐인 당신, 멋지게 질러봐야지라며 `욜로(You only, Live once)` 강령을 내세우는가 하면, 작게 꿈꾸는 여행이라도 확실히 쓰라며 `소확행` 계명을 들이밀기도 한다. 여행 권하는 사회,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욜로여행`은커녕, `골로 가는` 여행을 하게 될지 모른다.
출처 : 매일경제(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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