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 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가장 어렵고 힘든가를 물어보면 대부분 그 원인은 '일' 자체가 아니라 '사람'에 있다. 나와 갈등하고 있는 동료나 상사, 내 말과 뜻을 들어주지 않는 하급자 등 어떤 조사를 봐도 대부분 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나와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이른바 '관계' 속에서 가장 큰 고통과 어려움을 느낀다. 심리학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 상처와 고통은 대부분 사람으로부터 받는다.
그래서 리더십의 대부분은 일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거의 대부분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사람과 관련된 어려움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삶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무언가 큰 상처나 고통을 받은 사람들을 위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 방책이 존재하겠지만 오늘은 그중 우리가 간과해왔던,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측면 하나를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소중한 타인과 이별, 중요한 누군가로부터 질책, 동료와 갈등 등 이른바 관계 속에서 받은 고통으로 아파하고 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고통(social pain)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럴 때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사실 가슴이 아니라 뇌가 아파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문지방에 발을 찧어서 엄지발가락이 까졌다. 혹은 길을 가다가 넘어져서 무릎에 생채기가 심하게 났다. 이는 모두 물리적이며 신체적 고통(physical pain)이다. 이것도 당연히 매우 아프다. 그런데 우리는 이럴 때는 가슴이 아니라 그 상처가 난 부위가 아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그 부위 자체가 아프다기보다는 우리 뇌에서 통증을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 모두 뇌에서 반응하는 영역이 대체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재미있는 추리를 한 번 해보자.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진통제를 먹는다. 그리고 그 진통제는 상처 부위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그 고통을 담당하는 영역을 진정시킨다. 그렇다면 사회적 고통을 느낄 때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진통제를 먹는다면? 그 고통이 덜 느껴질까? 놀랍게도 그렇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실제로 상당수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미국 켄터기 주립대학의 나탄 드월 교수 연구진은 이별과 같은 사회적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복용케 했다. 그 결과 진통제 복용 집단은 같은 기간 아무것도 복용하지 않은 집단이나 위약(placebo)을 복용한 집단보다 3주 후 고통과 관련된 감정을 훨씬 더 낮게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는 이 시대의 리더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리더가 해야 하는 중요한 배려 중 하나가 바로 신체적 안락함을 평소보다 더 신경 써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난 후에야 그 상처나 어려움을 본격적으로 치유하거나 봉합할 수 있다. 마치 큰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에게 진통제부터 투여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의사처럼 말이다.
오늘부터 관계 속에서 상처 받은 부하들을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과 동일하게 한 번 생각해 보시라.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의 사회적 고통과 상처를 훨씬 더 쉬우면서도 지혜롭게 보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매일경제 160708[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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