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이런 질문을 하시는 리더나 관리자 분들이 많이 계신다. `이른바 사람은 괜찮은데 일을 너무나도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나쁘지 않으니 내치지도 못하고 가만히 두고 보자니 답답해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가 자주 드리는 답이 있다. 필자라고 해서 100%를 해결하지는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꽤 많은 분들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라는 반응을 받곤 한다. 이런 경우는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들으셨다기보다는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드러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일깨워 드린 것뿐이다.
사람은 괜찮다. 무슨 뜻일까? 대체로 성격이나 품성 그리고 능력 자체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이 지금 이 순간 일을 좀처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 사람을 참아내는 것이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그렇다면 마지막 힘을 내서 최소한 두 가지만 더 확인해 보시라.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두 가지를 해결하고도 나아지지 않는지 말이다.
첫째, 그 사람이 멀티태스킹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멀티태스킹이란 무엇인가?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멀티태스킹은 악마`다. 무슨 뜻인가?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동시에 두 가지를 하면 어느 한 군데서 일의 수행이 정상적인 상황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형태를 한번 살펴보자. 두 귀에 각기 다른 메시지가 들리는데 신호에 따라 어느 한쪽은 주의를 집중하고 다른 쪽은 무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신호는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제시하기 때문에 변화무쌍하다.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이 간단해 보이는 과제의 수행 점수는 1970년대
자꾸만 글자를 그대로 읽는 실수를 범하게 되는 `스트루프 효과`.
이스라엘 공군비행학교에서 교육훈련생의 비행 수행을 가장 잘 예측하는 지수가 된다(흥미롭게도 이런 간단한 연구를 통해 엄청난 선발 작업을 위한 비용을 최소화한 사람이 바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다).
둘째가 더 중요하다. 이는 호환성 저하다. 경험이 만들어낸 익숙함의 체계를 거스르는 것은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큰 어려움이 이어진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스트루프(Stroop) 효과`다.
존 리들리 스트루프(John Ridley Stroop)라는 유명한 심리학자의 성을 따서 이름 붙인 이 실험의 과제는 매우 간단하다. 글자를 읽지 않고 글자색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란색으로 인쇄된 `빨강`이라는 글자는 `빨강`이라고 답하지 않고 `파랑`이라고 답해야 정답이다. 자꾸만 글자를 그대로 읽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 현상이 바로 스트루프 효과다. 기존의 자동화된 행동을 오히려 `억제`나 `무시`해야 하는 새로운 일은 좀처럼 숙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비일관적 매핑(inconsistent mapping) 상태라고도 한다. 이전에는 정답이었던 행동이 지금은 오히려 자제되어야 하는 혹은 심지어 오답인 경우를 통칭한다. 이전에 자제되어야 했던 행동이 지금 유발되어야 할 때도 당연히 마찬가지의 방해가 심각해진다.
어떤 사람이 좀처럼 새로운 일을 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다.
어떤 사람이 일을 못한다. `이젠 도리 없이 내쳐야겠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돌아보시라. 이 두 가지 측면이 제대로 해결된 상태를 그 골칫덩어리 부하에게 제공하셨는지 말이다. 그래도 못하면 그때 포기하시라.
출처 : 매일경제 151205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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