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의샘 ♣

천명을 먹여 살릴수 있는 건, 천재 한명 아닌 탄탄한 조직

달컴이 2015. 9. 25. 23:37

 

 

 

1800여개 기업 분석해보니 `조직 건강`이 성공의 열쇠
美CEO 업무절반을 인사에 몰두해 경영과 조직 시스템화

 

 

 

저성장 시대의 해답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 답을 찾으려면 기업 밖에서 눈을 돌려 내부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제 기회를 찾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기회를 성공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조직의 힘이 있을 때 가능하다.

맥킨지가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18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 성공의 절반은 `조직 건강`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건강한 조직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무려 3배 이상의 주주 총수익률 성과를 올렸다.

조직의 건강이란 단순히 직원 복지가 좋고 사기가 높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건강한 조직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은 `조직건강도지표(Organizational Health Index)`로 수치화될 수 있는데 이는 전 직원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조직 내 갈등 없이 실행력이 발휘되는지, 기업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쇄신할 능력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건강한 조직은 새로운 가치의 원천을 경쟁자보다 더 빨리 효율적으로 포착해 경쟁 우위에 오른다.

건강한 조직을 만들고 싶다고 다른 기업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벤치마킹만 한다면 곤란하다.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 특성, 경쟁 우위, 경영 철학과 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남들이 좋다는 것을 이것저것 따라한다. 구글의 개인 관심업무 시간 부여나 캐논의 스탠딩 회의 문화가 좋다고 마구 베끼는 것은 쿠키, 케이크, 파스타를 만들 때 각각에 맞는 레시피를 따르지 않고 식재료를 마구잡이로 섞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변화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낫다.

맥킨지 조사 결과 건강한 조직을 구축한 기업들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첫째, `리더십 중심(Leadership Driven)`이다. GE나 펩시콜라같이 리더십 육성과 발휘를 조직 경쟁력의 구심점으로 삼는 것이다. 이 모델에서는 인재에 대한 발전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와 조직 내 영감을 주는 리더가 많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둘째, 애플 구글 P&G처럼 시장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여기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장 중심(Market Focus)` 유형이다. 여기서는 당연히 고객 의견 청취 및 시장과 경쟁자 정보의 활용, 폭넓은 비즈니스 파트너십 구축 역량이 중요하다. 또 외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 재무관리가 탄탄하게 관리돼야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셋째, `실행 중심(Execution Engine)` 유형이다. 이는 철저한 운영 방식이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회사들로, 미국 월마트가 좋은 예다. 이 유형의 기업에서는 조직 내 지식 공유, 직원 참여, 창의와 혁신 분위기가 있어야 조직원들이 의미를 찾고 직무에 몰입할 수 있다. 마지막은 우수한 인재와 축적된 전문적 지식이 경쟁력인 `지식 중심(Talent-Knowledge Core)` 유형이다. 골드만삭스나 버크셔해서웨이 등이 그 예다. 이들 기업에서는 인재에 대한 공정하고 정확한 보상과 인정, 경쟁력 있는 금전적 인센티브, 경력 개발 기회를 포함하는 성과 관리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조직의 힘으로 성과를 개선하는 효과를 보려면 기업들은 현재의 조직건강도 수준을 파악하고 회사 유형에 맞는 처방전에 따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시행한 회사 중 하나가 자동차업체 볼보다. 이 회사는 2004년 이후 판매대수 정체와 지속적인 수익률 하락, 품질 하락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2010년에는 포드에서 중국 자동차 메이커로 다시 매각되는 등 오너와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변화를 겪으며 조직건강도 수준마저 심각할 정도로 악화됐다. 2011년 조직건강도 진단 결과 이 회사는 `리더십 중심` 유형의 개선안을 시행하도록 처방받았다. 이후 3년 만에 글로벌 상위 수준의 조직건강도를 회복했고 판매대수 25% 증대, 이익률(EBIT) 흑자 전환 등 성과를 거뒀다.

기업들이 조직건강도를 개선해 이를 본연의 경쟁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조직에 대한 정밀진단이다. 국내 기업 경영진들은 외부 시장보다 내부 조직에 대해 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 가서 건강을 진단한 뒤 병을 치료하는 것처럼 조직 역시 개선하려면 과학적 측정과 문제에 딱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진단은 정기적으로 시행해 조직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한국 성장을 이끌었던 `근면과 성실이 최고`라는 문화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이제 `열심히 하면 된다`는 기치하에 조직원의 희생에 기대 성과를 내던 시대는 지났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지속적 혁신으로 성장을 일궈내는 문화를 만들려면 먼저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셋째, 경영과 조직을 시스템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은 소수의 최고경영진이 방향을 결정하고 상명하복식으로 조직을 운영해왔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효율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조직을 가꿔야 한다. `한 명의 천재가 1000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론은 규모가 커지고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중견·중소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더 나아가 장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과 경영을 시스템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리더가 돼야 한다. 상당수 리더들은 "나는 관료주의적이지 않다. 직원들과 소통을 잘한다"고 인식한다.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리더는 조직에서 역할모델과 스토리텔링 대상이 돼야 한다. 직원들은 본인의 성과와 이에 대한 경영진의 긍정적 반응을 느낄 때 신나서 일을 한다. 리더는 직원에게 지시하기보다 함께 대화할 줄 알아야 한다.

경영진은 조직과 인사 문제에 대해 자신의 시간 중 절반을 써야 한다. 그만큼 회사를 구성하는 것은 조직과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 CEO들은 업무 시간 중 46%를 여기에 쓴다. 상대적으로 국내 경영진들은 조직과 사람 문제는 인사부서 소관이라고 생각하거나 직관적 의사결정에만 머무른다. 조직의 힘으로 성과를 내고 싶다면 경영진의 의식, 우선순위, 시간 배분부터 바꿔야 한다

 

                                                                                                       출처 :매일경제신문   [강혜진 맥킨지 서울사무소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