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이 되니까 육신의 쇠퇴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 쇠퇴는 '3약'(弱) 증상이다. '3약'이란 시력(視力), 치아(齒牙), 정력(精力)이라고 하는 3박자가 약해지는 증상이다. 선배들의 3약을 목격할 때는 그저 그런가보다 했지만, 내 문제가 되니까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제대로 한번 놀아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인생이 시들고 마는 것인가?"하는 우울과 당황스러움이 밀려온다. 마음대로 주유천하(周遊天下)를 해본 상팔자도 이런 회한(悔恨)이 밀려오는데, 주유천하도 못해보고 조직과 회사에서 출퇴근만 하다가 어느 날 '3약'을 맞는 인생들의 회한은 어떨 것인가! 육신의 쇠퇴를 느끼면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눈에 들어온다. 3약은 피할 수 없지만, 사는 날까지 큰 병이나 안 걸리고 죽어야겠다는 대비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관한 여러 번역서 가운데, 필자가 보는 책은 '동의과학연구소'에서 펴낸 '동의보감' 제1권(휴머니스트)이다. 한의사, 동양철학자, 자연과학자 10여 명이 모여서 10년 동안의 치열한 강독과 토론을 거쳐 펴낸 책이다. 각 구절마다 달아놓은 수천 개의 상세한 주석(註釋)이 있어서 읽기에 편하다. 이 주석이 있기 때문에 의학서인 동의보감을 일반교양을 가진 보통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의학(醫學)과 인문학(人文學)의 만남인 셈이다. 동의보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책의 전반부에 배치된 정(精), 기(氣), 신(神)에 대한 설명이다. 이 '정기신'에 대한 설명이 중국 의서에는 없는 동의보감만의 독특한 개성이다. 정(精)은 정액을 가리킨다.
동의보감은 선서(仙書)를 인용하여 "도를 닦는 데는 정이 보배이다···정이란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 사람을 낳고 나에게 머무르게 되면 나를 살아가게 한다. 아기를 만들기 위한 것도 마땅하지 않은데 하물며 헛되이 버리겠는가. 정을 중하게 여겨야 한다"라고 설파하고 있다. 정이 충만하면 자연스럽게 기(氣)가 강해진다. 기(氣)에는 쌀 미(米)자가 들어간다. 매일 먹는 곡식에서 기가 생긴다고 본다. 신(神)은 심(心)이고, 심장과도 관련된다. '정기신' 삼보(三寶)를 잘 보존하고 다스리면 병 없이 살다가 죽는다는 것이 동의보감의 가르침이다.
조선일조 조용헌 살롱에서
'♣ 지혜의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식에게 중국어 가르쳐라… 이것이 내 최고의 조언" (0) | 2008.02.23 |
---|---|
비례불동(非禮不動) (0) | 2008.02.20 |
법재지려(法財地侶) (0) | 2008.01.08 |
자전거 타기(조용헌 살롱에서) (0) | 2008.01.02 |
유한오벽(有閑五癖) (0) | 2007.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