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의샘 ♣

유정란의 생명력

달컴이 2007. 4. 12. 20:25
[최송희의 웰빙 라이프] 유정란의 생명력

가게에 달걀을 사러 갔더니 달걀 진열대가 텅 비었다. 부활절이어서 달걀을 대량으로 사가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란다. 어릴 적 친구 따라 교회나 성당에 가서 알록달록한 부활절 달걀을 받아온 추억이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 소풍 가서 삶은 달걀을 소금에 꼭꼭 찍어먹던 고소한 맛도 우리 기억 속에는 있다.

그런데 최고의 반찬이며 영양식이던 달걀이 어느새 요즘은 콜레스테롤의 대명사처럼 되어서 비건강식으로 취급되고 있다. 워낙 혈압이 높은 이들이 많다보니 콜레스테롤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이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 있다고 달걀을 전혀 먹지 않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안 담그는 일이나 비슷하다.

달걀을 먹는 것과 관계없이 담배를 피우면 콜레스테롤이 더 높아지고 커피나 스트레스가 콜레스테롤을 36%까지도 높인다. 콜레스테롤의 원흉을 식품에서만 찾는 건 그래서 웃기는 일이다. 차라리 마늘이나 양파, 콩, 그리고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들을 곁들여 먹으면서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게 낫다.

달걀만큼 단백질이나 각종 비타민이 고루 든 식품은 별로 없다. 단백질은 쇠고기보다 60% 많고 칼슘은 우유보다 50%나 많으며 철분은 시금치의 두 배다. 그리고 노른자에는 레시틴이 많은데 이건 간에 쌓이기 쉬운 지방을 제거해주는 일을 하고 노른자를 빼고 먹는 건 영양 덩어리를 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달걀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요즘 좁은 닭장에서 수많은 닭을 키우는 방식은 닭들에게 엄청 스트레스를 줘서 병에 잘 걸리기 때문에 항생제를 많이 먹인다. 게다가 성장촉진제도 먹인다. 그래서 미국 닭고기를 먹은 중미의 어린이가 5세인데 젖가슴이 커진다든가 열 살이 안됐는데 생리를 하는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미국 닭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키워진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가 듬뿍 든 달걀은 많이 먹으라고 권하기가 께름칙하다. 그래서 무정란과 유정란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무정란은 비좁은 계사에서 수탉도 없이 암탉들이 낳은 달걀이다. 유정란은 수탉의 씨를 받아 암탉이 낳은 달걀이다. 환경이 다르니 항생제나 성장촉진제의 유무도 다를 수밖에 없다.

시골에서 닭을 놓아기르는 어느 할아버지의 달걀을 먹어보니 껍질이 엄청 두껍다. 물론 유정란이다.유정란과 무정란을 눈으로 보면 구별하기 어렵다. 구별하려면 따뜻한 곳에 놓아두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유정란에서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지만 무정란은 그냥 썩어서 악취를 풍겨 쓰레기통에 버릴 수밖에 없다.

사람도 유정란의 인생이 있고 무정란의 인생이 있는데 눈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다. 그런데 달걀처럼 시간이 지나면 유정란 인생은 생명을 낳고 무정란 인생은 무정란 달걀의 마지막처럼 된다. 그 속에 생명이 있느냐 없느냐가 우리 인생의 부화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일가족을 살해해서 사형을 언도받은 고재봉이라는 남자는 감옥에서 죄를 회개한 후 많은 흉악범들을 회개시켰다. 그리고 그는 사형집행 때 웃으며 평안히 죽음을 맞이했다. 무정란의 인생이 유정란의 인생으로 바뀌면 죽음도 웃으며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조선
국제대학 웰빙 건강관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