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심리학] 스스로에겐 `똑부` 직원들에겐 `똑게`
최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른바 '똑게'와 '똑부'형 리더들이다. 똑게, 똑부형 리더는 2차 대전 당시에 독일 장군이었던 에리히 폰 만슈타인이 네 가지 유형의 장교 중 누가 장군으로 승진할 자격이 있는가에 관해 이야기한 것으로부터 유래했다.
네 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멍청하고 부지런한(멍부) 사람, 멍청하고 게으른(멍게) 사람,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똑부), 그리고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똑게)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격한 공감을 표시하는 대목은 리더로서 최고는 똑부가 아닌 똑게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똑게 리더들은 자신들의 똑똑함으로 인해 일을 지혜롭게 지시할 뿐만 아니라 결과가 나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주기까지 하니 말이다. 이를 두고 최근의 리더십 강연들과 책자에서는 이른바 '게으름의 지혜'라고까지 부른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하루에 16시간이나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똑부 지미 카터는 재선에 실패한 반면 2~3시간만 일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똑게 로널드 레이건은 재선에 성공한 것은 물론이고 재임 기간 카터보다 훨씬 더 능력을 인정받은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이야기들도 얼마든지 있다. 성공적인 리더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우리보다 훨씬 더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역시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고 가장 먼저 출근하며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남들보다 서너 배 더 근면한 신화적인 보스들의 모습들은 이제 별로 놀랍지도 않다. 이러니 이 시대의 리더들은 혼란스럽다. 도대체 게으름(똑게)과 부지런함(똑부) 중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한단 말인가.
자, 그렇다면 똑게와 똑부 중 어느 것이 더 맞는가는 잠시 뒤로 하고 모든 독자들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최근에 강조되는 좋은 리더의 소양을 한번 정리해 보자. 첫째, 특별한 목적도 없는 회의나 만남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낸다. 둘째, 일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자신의 권한을 폴로어에게 '위임(delegate)'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셋째, 불필요하거나 자질구레한 것들에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고 발전과 혁신을 위한 핵심에만 집중한다. 넷째, 질문을 제기하는 것과 제기 받는 것 모두 마다하지 않는다. 필자가 참으로 흥미롭게 느끼는 점은 똑게가 더 낫다고 하는 사람들이든 똑부가 돼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 모두 위의 특징들을 그 이유로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그룹 중 어느 하나가 완전히 바보가 아니라면 결국 게으름과 부지런함이 같은 말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는가.
왜 이런 상반된 주장이 존재하는가? 그 이유는 일에 대한 부지런함과 사람에 대한 부지런함. 그리고 리더 자신에 대한 부지런함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면한 리더들은 나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당연히 통찰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니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그 시간에 사람 불러 모으는 일부터 하는 리더는 거의 없다. 이 모습을 주로 보면 그들은 똑부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출근하면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괴롭히지 않는다.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모습을 본 이들은 같은 사람을 똑게라고 부른다. 리더는 자신과 자신의 일에 부지런해야지 나 아닌 다른사람들에 부지런하면 큰일난다. 훌륭한 리더라면 이렇게 똑게이면서 동시에 똑부여야 한다.
출처: 매일경제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