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시간’을 선물하세요
심리학자 팀 캐서(Tim Kasser)에 따르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 시간적인 풍요로움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 심리적인 세계에서 시간은 물리학적인 법칙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물리적으로 동일한 시간을 보내더라도 사람들마다 그 시간적 길이가 다르게 지각되는 것이다. 여기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심리적인 세계에서 작용하는 시간의 법칙은 물리학에서의 상대성 이론과는 정반대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관측하는 입장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무 살인 쌍둥이 형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그 형제 중 하나가 광속으로 10분간 우주여행을 한 후 지구로 되돌아왔다고 해 보자. 그 사이에 지구에서는 8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 버렸을 수 있다. 그래서 우주비행사가 되돌아왔을 때는 지구에 있었던 다른 쌍둥이는 백세 노인으로 변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심리적인 세계에서는 이와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쌍둥이 형제 중 하나가 1년간 회사를 휴직하고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고 또 다른 하나는 집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평범한 생활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물리적으로는 동일한 1년이 지났을지라도, 여행을 떠났던 쌍둥이는 엄청난 양의 심리적인 시간을 체험하게 된다. 반면에 집에 머물면서 일상적인 생활을 지속했던 쌍둥이의 경우에는, 시간이 매우 빨리 지나가 버리게 된다. 그 결과 서로 다시 만났을 때, 여행을 떠났던 쌍둥이는 “이게 얼마만이야”라고 말하면서 다른 형제를 반갑게 부둥켜안게 되는 반면에, 집에 머물렀던 쌍둥이는 “떠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나 지났어?”라고 말하면서 놀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한편 물리적인 특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시간과 돈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심리적인 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시간과 돈은 제한된 자원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삶에서는 시간과 돈을 유사하게 취급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마치 돈처럼 시간을 소비하고 아끼며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심리적인 세계에서 작용하는 시간의 법칙은 경제학과는 다르다. 경제학에서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사람들이 부를 축적할수록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심리적인 세계에서의 시간적인 풍요로움은 다른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누어 줄수록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심리학자 캐시 모질너(Cassie Mogilner)와 동료는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들은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시간적인 풍요로움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하였다. 그 연구에서는 시간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 시간을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 그리고 타인을 위해 시간을 기부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선정하였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단 5분이라도 타인을 돕는 행동을 했을 때, 시간을 낭비하는 상황에 참여했을 때보다 시간적으로 더 풍요로운 느낌을 받았다. 또 남을 위해 시간을 사용했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공부 또는 독서)보다 시간적인 풍요로움을 더 크게 경험했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시간적인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지혜 중 하나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적인 풍요로움을 경험하기를 바란다면, 바쁜 일상의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잠시만 짬을 내어 시간을 선물해 보기 바란다.
짧은 시간이라도 관계없다. 직접 해 보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선물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단, 이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시간을 선물한 후에는 절대로 생색을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생색을 내는 한 마디는 이후 생활에서의 시간적인 풍요로움마저 위험에 처하게 만들 수 있다.
출처 : 매일경제 (고영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