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강렬… 우아… 치명적 유혹, 여왕의 탱고
《 여인의 향기가 한층 진해졌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관능적인 몸짓을 감상할 시간이다. 대관식을 치렀던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그는 갓 피어난 꽃이었다. 24세가 된 지금 김연아의 키는 1.5cm가량 컸고 젖살은 빠졌다. 그는 21일 0시 열리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에서 ‘아디오스 노니노(아버지여, 안녕)’를 통해 김연아만 연기할 수 있는 빙판 위의 탱고를 선보인다. 김연아의 탱고 스텝이 당신을 유혹한다. 》
김연아의 ‘승부수’는 탱고다. 프리 프로그램 ‘아디오스 노니노’는 탱고 음악뿐 아니라 실제 탱고 스텝이 반영돼 있다. 탱고 전문가인 레오 정 한국탱고아카데미 대표가 김연아의 탱고 스텝을 분석해봤다.
탱고는 ‘발의 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발을 많이 사용하는 춤. 김연아의 탱고 스텝은 초중반에 집중돼 있다. 첫 동작은 엔로스케(Enrosque). ‘칭칭 감다’라는 뜻으로 한 발의 발등으로 다른 발목 뒤에 꼬아 붙이는 동작이다. 스케이트날 때문에 발목 뒤에 꼭 붙이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밀착해 표현한다. 야무지게 조이는 느낌을 줘 단호함을 부각시켰다. 점프나 턴이 더 강하고 우아하게 보일 수 있게 대비시키는 효과도 있다. 바로 이어서 나오는 스텝은 발길질이라는 의미의 볼레오(Voleo)다. 한 발로 다른 발을 둥글게 감는 듯하면서 가볍게 차는 동작이다. 앞으로도 감을 수 있고 뒤로도 할 수 있다. 김연아는 왼발로 한다.
갈고리라는 뜻의 간초(Gancho)도 눈여겨볼 동작. 원래 간초는 파트너의 다리 사이, 자신의 등 뒤로 다리를 높이 차 올리는 동작이다. 여성 무용수가 남성 무용수 다리 사이로 간초를 하는 것은 성적인 의미를 지닌다. 남성끼리 할 때는 투쟁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김연아는 왼발을 뒤로 크게 들어 올린다. 보통 뒤로 간초를 할 때 발끝이 어깨높이까지 올라가지만 김연아는 엉덩이 높이까지 올라간다. 스케이트를 신고 할 수 있는 최대 높이다. 정 대표는 “김연아의 볼레오와 간초 발놀림은 전문 탱고 댄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 동작은 포옹이라는 의미의 아브라소(Abrazo). 탱고에서는 상대방을 안아서 끌고 가는 동작이다. 김연아는 혼자 추기에 두 팔을 옆으로 뻗은 채 스텝을 밟는다. 김연아의 장점인 강렬한 표정 연기도 함께 볼 수 있다.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며 만든 명곡 ‘아디오스 노니노’는 원래 6분이 넘는다. 피아졸라는 즉흥연주를 많이 넣어 10분 넘게 연주하기도 했지만 올림픽에선 규정시간(4분 10초)에 맞춰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강조해 편곡했다. 정 대표는 “파트너의 도움을 받지 않고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한 발로 선 채 탱고 스텝을 표현하려면 고도의 균형 감각과 기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동아닷컴 손효림 aryssong@donga.com·박민우 기자
“김연아 은메달, 이해할 수 없어” 해외 언론 반응
김연아 선수가 21일(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무결점 연기를 펼쳤지만 은메달에 그친 것에 대해 해외 주요 매체들이 점수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소트니코바가 챔피언이 됐지만 심판 판정이 석연치 않다(Sotnikova crowned champion but judging under scrutiny)'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다.
통신은 경기 결과를 전하면서 "경기를 지켜본 중립적인 사람들은 점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카타니라 비트(1984,1988 여자 피겨 금메달)가 경기장 내 독일 방송 부스에서 "결과에 놀랐다. 점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 발언을 전했다.
로이터는 그러면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가 메달을 딴 세 명의 선수 중에서 무결점 경기를 하지 못한 유일한 선수라고 지적하면서 "소트니코바는 트리플-더블-더블 콤비네이션 점프 끝에 더블 루프에서 착빙에 실수가 있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미국 피겨 국가대표 애슐리 와그너의 발언도 전했다. 와그너는 "넘어진 선수가 '클린' 경기를 한 선수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스포츠를 사람들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그너는 이어 "우리가 팬들을 원한다면 이 스포츠(피겨 스케이팅)에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 뒤 소트니코바는 판정 논란에 거리를 뒀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판정 논란에 대한) 질문은 내가 아닌 심판에게 하라. 나는 내 할 일을 했다. 나는 러시아에 선물을 안겼다"고 말했다.
이날 AFP통신도 "소트니코바는 더블 루프에서 착빙할 때에 실수가 있었지만 자신의 기존 최고점수보다 18점이나 더 받았다"며 "(하지만) 김연아와 캐롤리나 코스트너(27·이탈리아)는 실수가 없는 경기를 선보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USA 투데이의 크리스틴 브레넌 기자는 이날 점수 집계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최악이라고 꼬집었다. 2002년 올림픽은 판정 논란이 잦아 이후 보다 객관적인 점수 집계 시스템이 도입된 바 있다.
브레넌 기자는 이날 트위터 메시지에서는 "소트니코바가 코스트너에 앞설 수 없다. 웃기는 결과이다"고 비꼬았다.
전 피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유명 스포츠 해설가인 딕 버튼은 이날 경기 후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연아에게, 당신은 진정한 챔피언이다"며 "당신은 오늘 특별한 스케이터였다. 축하한다!"고 전했다.
버튼은 경기 결과에 속상해하고 있을 국민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한국 국민들에게: 과거 한때에 나는 김연아를 의심했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최고였고, 우아했고, 매력적이었다"며 "결코 낙담해하지 말길"이라고 했다.
버튼은 금메달을 획득한 소트니코바에게는 "소트니코바는 힘이 넘쳤고 강했고, 훌륭했지만 완벽한 스케이터는 아니다"며 "(이런 말로 인해) 러시아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지 걱정된다"고 했다.
버튼은 1948년과 1952년 두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1948년에서 1952년까지 다섯 차례 세계 챔피언에 오른 미국의 피겨 스케이더 출신으로 현재는 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다.
다만, 외신들은 소트니코바가 러시아인들의 환호 속에서 김연아와 보다 고난도 기술을 선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로이터는 "심판은 트리플 점프를 김연아가 여섯차례 시도했지만 소트니코바가 일곱 차례 했다는 점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IBT는 "소트니코바는 김연아와 비교해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보다 높은 점프와 고난도 기술을 선보였다"며 트리플 점프 수를 예로 들었다. AP통신 역시 트리플 점프 수를 언급하며 "김연아의 예술성이 그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서울 로이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