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의샘 ♣
역사인물서 배우는 21세기 리더십 - 빈센트 반 고흐
달컴이
2010. 5. 1. 16:24
"어디서 본 그림은 싫다" 자기만의 신화를 만들다 거칠고 격렬한 화풍 창조 10년간 900점 창작몰두 예술을 위해 자신을 희생 | |||||||||
대중은 신화나 전설에 매혹 당한다. 특히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가 전설이 되었을 때 숭배감은 더욱 고조된다. 고흐는 신화적인 인물이 될 수 있는 요소를 가장 많이 지닌 예술가였다. 그의 삶 자체가 극적인 드라마였으니까. 고흐는 생전에 단 한 점의 드로잉밖에 팔지 못한 가난한 화가였지만 사후에는 천문학적 가격에 거래되는 영원한 블루칩 화가다.
그러나 고흐는 예술계 최초인 문화 아이콘이 되었건만 정작 대중은 그가 왜 위대한 예술가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오늘날 예술가, 미술 애호가들의 멘토가 된 배경을 추적해본다. 첫째, 독창성. 만일 독자에게 고흐의 원작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리라. 캔버스 표면은 오톨도톨하고 물감 덩어리를 만지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될 테니까. 이것은 튜브에서 물감을 짜낸 즉시 거칠고 격렬한 붓질로 대상을 묘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다수 화가가 팔레트에서 물감을 세심하게 혼합해 부드러운 붓질로 대상을 꼼꼼하게 묘사하던 전통적인 제작기법과는 무척 다른 방식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그리고자 하는 대상이 지닌 고유한 색채를 버리고 자의적으로 색을 선택했다. 내면에서 들끓는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색채와 형태를 왜곡시켰다. 그 결과 `고흐 표`라고 부르는 혁명적인 화풍이 탄생한 것이다. 전통적인 그림과 차별된 독창적인 그림을 그리겠다는 그의 각오는 "누구에게서도 `어, 저건 과거에 본 그림이잖아`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고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둘째, 열정과 몰입. 고흐는 27세에 화가가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불과 10여 년 동안 그림을 그렸지만 약 900점에 달하는 작품을 남길 만큼 창작에 몰두했다. 자살하기 직전에는 하루에 한 점이나 두 점을 그렸을 정도로 초인적인 에너지를 발휘해 초고속으로 그림을 완성하곤 했다. 엄청난 양의 그림을 그리는 틈틈이 800여 통의 편지를 썼다. 다음 편지는 그가 창작에 뒤따르는 고독과 불안을 작업에 대한 열정으로 치유했다는 점을 증명한다. `예술가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어떻게 작업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꾸준히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조용히 계속 싸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을 너무 사랑하기에 그림 외에 어떤 것에도 주의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1882년 7월 23일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셋째, 소명감. 고흐는 예술이란 신성하고, 모든 것을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창작품에는 예술가의 영혼이 담겨 있다고 확신했다. 그런 그의 속내를 이 편지에서 엿볼 수 있다. `예술은 숭고하고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예술적 감수성을 타고난, 예술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1987년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몇몇 학자는 고흐가 극단적인 자기 희생을 통해 예술을 종교 수준으로 끌어올린 순교자였다고 주장한다. 독일 철학자 월터 베냐민에 따르면 예술작품이 종교적 의미를 더 많이 담을수록, 종교의식이 강할수록, 신성할수록 대중은 더 감동받고 숭배하게 된다. 고흐에게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 고흐는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면 가장 행복한지 본능적으로 알았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인생을 다 걸기(올인)했다. 돈이나 권력, 명예 등 세속적인 욕망보다 신념, 이상, 꿈과 같은 내적인 가치가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믿었다. 삶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며, 그런 통과의례를 거친 자만이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독자들이 그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참다운 가치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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