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의샘 ♣

101세 화백의 조언

달컴이 2016. 4. 16. 23:37

 

 

 

 

 

 

만 100세가 지났는데, 나보다 더 젊어. 몇 달 지나면 나도 90세인데…. 허허." 지팡이를 짚은 서세옥 화백 입가에 호탕한 웃음이 번졌다.

대한민국 최고령 화백 김병기 선생과의 인연을 얘기하던 차였다. 김병기가 누구인가. 이중섭과 같은 해인 1916년 태어나 지금까지 신작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는 `현역 작가`가 아닌가.



한 달 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는 그의 개인전 `백세청풍`전이 개막했다. 그즈음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한마디로 짱짱했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100세를 넘긴 화백의 개인전이라니 뭔가 미래의 모습을 앞당겨보는 것 같았다. 나이 질문이 빠질 수 없었다. 그런 질문에 이골이 난 듯한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새로운 얘기를 하자. 그림 얘기면 더 좋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지하철을 즐겨 탄다.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하철이 더 빠르고 그곳에서 젊은이들의 생기발랄한 표정을 볼 수 있어서다. 오늘의 모습을 포착하고 싶은 `청년 화가`의 열망이자 바람이다.

일찍 사별한 그의 입에서 어렵사리 젊게 사는 비결에 대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가슴에 차오르면 얼른 긍정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그래야 화가 안 쌓이고 병에 안 걸린다고. 실제 그를 잘 아는 미술인들은 그가 예술가답지 않게 낙천적이고 예민하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라고 증언한다.

우리는 마흔만 넘어도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라고 지레짐작하고 만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으로 최악을 가정하며 100세 시대를 저주하기도 한다.

그런데 101세 화백의 눈에는 모든 게 시작할 나이인 듯했다. 사회적인 역할이 끝날 즈음인 60세에 대해서도 "시작할 나이"라고 단언했다. 70세는 "이제 시작할 나이"고 80세는 "이제 진짜 시작할 나이"라고 강조했다. 무엇을 새로 시작할지는 각자의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시기일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에게는 삶을 다른 관점에서 덤으로 사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간 갈고닦은 지혜와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베풂의 삶을 살 수도 있다.

김병기 화백의 초긍정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니 우리가 너무 잔걱정에 끙끙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 젊게 사는 비결을 물으면 하나같이 "호기심을 갖고, 아이에게라도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의 변화를 뜨겁게 받아들이고, 순간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라고. 순간에 집중해야 더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니 어떤 점에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그 삶의 길이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닐 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찾아나서는 101세 화백의 삶이 100세 시대의 길잡이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출처 : 매일경제 [이향휘 기자]160416